2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다음 주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업종의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ㆍ발표한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달 말 발표한다는 계획만 정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업종별로 민간 컨설팅이 진행 중이며 해당 업종 내 업체 간 이견을 조율 중”이라면서 “관계부처 및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조속한 시일 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공동의 자율 컨설팅을 통해 수급 전망과 경쟁력을 자체 진단해 설비 감축,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고부가-핵심 영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잡았다. 정부가 컨설팅 보고서를 밑그림 삼아 구조조정에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업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경우 통상분쟁이나 시장 왜곡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조선은 맥킨지, 철강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유화는 베인앤컴퍼니 등 외국계 컨설팅사에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현재까지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는 철강이다. 지난 5월 한국철강협회가 BCG에 의뢰한 철강산업 구조조정 보고서는 한창 막바지 작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용역이 마무리된 철강업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다른 업종도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BCG는 국내 철강사가 현재 가동 중인 후판설비 공장 7개 가운데 3개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근과 같은 원통형 철강제품인 봉형강에 대해서는 생산기업 간 통합을 제안했다.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심각한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테레프탈산(TPA)과 폴리스티렌(PS)의 설비 감축을 유도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조선의 경우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 간 합병 대신 지금보다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선업 밀집 지역과 기자재ㆍ협력 업체 지원 방안 등도 마련한다. 해운의 경우 현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10월 이후에 별도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 자율’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구조조정 속도가 더뎌지고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후판 공장 폐쇄 등에 대한 업계 반발에 외국계 용역보고서의 전문성 부실 논란도 숙제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