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의 정점에 서 있는 신동빈(61) 회장이 20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한 신 회장은 10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횡령과 배임 혐의 액수 상당 부분을 줄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천성관(58·사법연수원 12기)·차동민(57·13기)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인수 합병 과정에서 특정 회사가 손실을 떠안은 상황이 그룹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관련 사실을 몰랐거나 적극적인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맞설 예정이다.
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으로,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적도 있는 거물이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총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수원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공안부장을 지냈고, 대검 공안기획관과 공안1과장을 지낸 공안통이다. 신 회장 변호와 관련해서는 전체 변호인단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천 변호사가 컨트롤 타워를 맡은 반면 차 변호사는 법리공방을 통해 신 회장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 재직 시절 대표적인 특수통 선두주자로 꼽혔던 그도 검찰총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2009년 대검 차장검사, 2011년 서울고검장을 지낸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특수3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을 거치며 대형 수사를 도맡았다. 특수2부장 시절인 2002년 '최규선 게이트' 사건을 맡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 씨를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맞서고 있다. 손 부장검사는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 등에서 기업비리 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홈쇼핑 재승인 관련 비리 수사가 주 업무다.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 등 굵직한 수사를 맡은 경험이 있는 조 부장검사는 롯데 계열사 비자금 조성과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배임 혐의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해 왔다.
검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신 회장을 우선 돌려보낸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혐의 액이 커 구속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한-일 양국에 기업 기반을 둔 롯데그룹 특성을 고려할 때 신 회장이 구속되면 경영권이 일본 롯데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전관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던 신 회장 측은 기소된 이후에는 재판에 대비해 판사 출신 변호사로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