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12일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돌입했다. 백남기 씨는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청문회는 국가폭력이 빚은 참사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며 야당이 요구했고, 새누리당이 여러 의사일정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합의해 이뤄졌다.
사건 당시 현직에 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백 씨가 참여한 서울 집회 현장을 총괄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을 상대로 물대포 사용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백 씨에 대한 사후조치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추궁했다.
백남기 청문회는 20대 국회가 들어선 이래 벌써 3번째 청문회다.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가 지난달 29~20일, 이달 2일 등 3일에 걸쳐 진행됐고,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가 8~9일 이틀간 열렸다.
청문회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관계 기관과 주변 증인·참고인을 대상으로 국회의원이 공개 심문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강화한다. 알려지지 않았거나 왜곡된 사실이 바로잡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회법상 청문회 개최 요건을 두루뭉술하게 규정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있었던 조선해운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청문회를 열기 위해 야당이 사생결단했지만, 막상 열고 나니 맹탕이었다. 진실규명은 없었고, 정치적으로 사건을 부각하는 데 그쳤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정부가 TF까지 꾸려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주요 인사들이 청문회장으로 줄줄이 불려가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그동안 매 임기마다 10차례씩 청문회를 열었다. 16대 국회 11번, 17대 11번, 18대 9번, 19대 11번의 청문회를 각각 개최했다.
현행 국회법에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안건과 무관하게 야당이 공세를 펴는 이슈가 청문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증인의 출석 거부와 관련 기관이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하는 점도 부실청문회를 부추겨왔다.
청문회 개최 원칙과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청문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선 먼저 개최 요건을 분명히 함으로써 남발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동시에 증인 출석과 관계 기관의 자료 제출 의무 규정을 강화해 청문위원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