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번 G20 공동선언문 초안에 해당 문제가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싼값에 철강을 수출하면서 유럽의 철강 산업에서는 최근 1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으며 이 상황은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융커 위원장의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개회사 연설 직전에 나왔다.
이날 시 주석은 경제성장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혁신과 같은 단어를 언급하며 중국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정작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시 주석으로부터 철강 과잉생산 줄이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을 듣기를 원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특히 철강산업은 중국 정부의 구조개혁 성패를 가리는 지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산업이다. 이와 관련해 융커 위원장은 “중국이 철강 과잉생산에 대한 세계적인 모니터링을 수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철강생산에 대한 G20의 우려는 이번 공동선언문(코뮈니케) 초안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WSJ와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외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중국 철강 과잉생산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약 7000개의 단어가 담긴 이번 선언문 초안에는 이민 문제와 테러리즘, 에너지와 지카바이러스 확산 등 여러 가지 세계 경제 현안과 관련해 과잉생산 문제도 언급된 것이다.
G20 선언문 초안은 “우리는 일부 산업에서의 과잉 생산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세계 경제 성장 회복을 둔화시키고 시장의 수요를 위축시키며 무역과 노동자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인지한다”면서 “우리는 철강을 비롯한 다른 산업에서의 철강생산이 공동의 대응을 요구하는 글로벌 이슈임을 인지한다”고 써 있다. 최근 과잉생산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중국은 향수 수년간 철강 생산을 1억~1억5000t을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는 과잉생산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양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G20 무역장관 회의에서도 각국의 의사소통 문제를 개선함과 동시에 과잉생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자는 방침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도 중국은 철강 과잉 생산 문제 논의를 피하려고 했으나 미국과 EU가 이 문제를 회의석상에서 공론화했다. 다른 G20 회원국 무역장관들도 이 문제가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공동선언문에 해당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으나 EU와 미국이 이를 밀어붙였다고 홍콩 영자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