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편을 들었다고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과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도 재확인했다. 양국 해군은 오는 12~19일 남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주변 해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해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경제협력을 이끌어내려는 것이 푸틴의 의도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푸틴에게 군사 교류와 안보 협력 강화를 거듭 촉구했으며 푸틴은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응했다.
회담의 상세한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두 정상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의 역할을 염두에 둔 듯 “당사자가 아닌 국가의 개입은 부적절”이라는 입장을 확인했으며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두 정상은 G20 개막식 이후 회의장까지 약 4분 걸리는 길을 같이 산책하면서 양국의 밀월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푸틴은 시진핑이 좋아하는 러시아제 아이스크림 한 상자를 선물하는 마음 씀씀이도 보였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양국의 유대를 과시해 중앙아시아 등의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진출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풀이했다.
군사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러 합동 군사훈련이 펼쳐지는 해역은 중국의 인공 섬 조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난사군도(영어명 스프래틀리제도)에서 멀다. 러시아 국제안보센터의 세르게이 오즈노비셰프 정치군사분석 부문 대표는 “러시아는 실제로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가까운 장래에 공동 행동을 취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합동훈련은 군사적 측면보다 미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의 군사행동을 ‘제3국에 의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비판해온 러시아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불개입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외교적 고립이 크기 때문에 지지 의사만 밝혀도 경제적인 대가를 크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푸틴은 이날 회담에서도 시진핑에게 대러 투자 확대 등 경제관계 강화를 호소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남중국해 문제를 외교카드로 삼아 중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세력 다툼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러시아 주도로 구소련 지역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유라시아경제동맹’과 중국이 내건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의 협력이 의제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