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투자은행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낸 벌금과 법적 합의 비용이 97억9000만 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 기록인 103억6000만 달러에 근접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금융정보분석업체 코얼리틱스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투자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모기지 채권 판매나 환율 조작 등으로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했다. 벌금 규모는 지난 2013년엔 298억 달러, 2014년은 582억40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 다소 진정될 조짐을 보였으나 올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투자자들은 전망이 불투명한 것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유니언인베스트먼트의 인고 스피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은행 대부분이 주요 소송 문제를 해결한 상태에서 벌금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우리는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거대한 소송이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며 “투자은행 전체에 영향을 미칠 무엇인가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CS)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앞날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모기지 채권 판매에서 투자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올해 가장 많은 5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일부 유럽 은행들도 비슷한 사안으로 소송에 걸려있는데, 앞으로 수개월 안에 이와 관련된 벌금이 나올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필리페 모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자본시장 글로벌 대표는 “앞으로 다가올 세계 각국의 금융규제 강화가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예를 들어 2018년 시행될 유럽의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 II)’는 은행들에 막대한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규정이 복잡해 더 많은 벌금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더 많은 데이터를 받아 이전보다 투자은행들의 잠재적 위법행위에 대한 분석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