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가 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수사 당시 클린턴은 민감한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 이메일에 기밀이 담겨 있다는 의미로 붙이는 ‘C(confidential)’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몰랐다고 답하는 등 이메일 관리에 극히 부주의했던 것으로 나타나 향후 대선 정국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총 58쪽의 보고서에 따르면 클린턴은 “이메일을 보내는 국무부 관리들의 판단에 따랐고 이메일을 통해 받는 정보의 민감성을 우려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연방 정부 기록을 유지하고 기밀 정보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 국무부로부터 받은 브리핑이나 교육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특히 클린턴은 “2012년 말 뇌진탕 이후 받은 모든 보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이 주장하는 건강이상설과 맞물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이메일을 통해 다룬 일부 국무부 서류에 ‘C’라는 표식이 적혀 있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서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며, 아마 알파벳 순서에 따른 부호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FBI는 클린턴은 무엇이 기밀 정보인지, 그리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거의 전적으로 보좌진들에게 의존했다고 판단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클린턴이 블랙베리 등 휴대전화 2대와 11개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개인 이메일을 송수신했으며 휴대전화를 분실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클린턴은 모든 국무부 직원에게 개인 이메일을 업무에 활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지만 정작 자신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지난 7월 2일 클린턴 후보를 상대로 3시간 30분에 걸쳐 직접 면담 조사를 했다. 당시 조사 후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클린턴과 그의 동료가 비밀정보를 다루면서 법 위반을 의도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법무부에 불기소 방침을 권고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코미 국장은 “클린턴 측이 매우 민감하고 대단히 기밀취급을 요구받는 정보를 다루는데 극히 부주의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클린턴이 개인 이메일 서버로 주고받은 이메일 가운데 최소 110건이 1급 비밀정보가 해당된다고 밝혔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FBI 수사보고서가 공개되고 국무장관 시절 클린턴이 이메일 관리에 부주의했던 사실이 다시 드러나면서 대선 정국을 뒤흔들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