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산은 “한진해운 자구안 거부…자율협약 9월 4일 종료”

입력 2016-08-30 15:42 수정 2016-08-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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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신청은 자율협약 종료 전으로 예상…오너 자구안 의지 미흡 판단

(사진= 이동걸 산은 회장(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우))
(사진= 이동걸 산은 회장(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우))

KDB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이 오는 9월 4일 종료된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열린 긴급 채권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채권 가압류를 막기 위해 자율협약 종료 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한진 측의 제안수용불가라는 채권단 입장과 9월 4일 채권단 자율협약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한진해운에 즉시 통보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정용석 구조조정부문 부행장, 이종철 기업구조조정 2실장이 함께했다.

이 회장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자금 지원 불가라는 발표를 하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며 “현재까지 선박금융, 용선료 등에는 진전, 부족자금 근본적인 방안 도출 안 돼 정상화 추진은 더이상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진그룹이 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오너로서의 책임은 미흡하다고 본다”며 “한진그룹의 최종 제시안 및 대규모 신규자금 지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사진= 한진해운(좌), KDB산업은행(우))
(사진= 한진해운(좌), KDB산업은행(우))

산은이 한진 측의 자구안에 부동의한 배경은 크게 4가지다.

우선 한진그룹이 제시한 최종 자구안은 전체 부족자금 대비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채권단은 자금 투입시기 등을 고려할 경우 한진그룹이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며, 자구안 역시 경영정상화를 이루기에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은 지원 규모 확대 등 보다 진전된 제안을 해 줄 것으로 수차례 요청했으나, 한진 측은 큰 틀의 변화 없이 기존 지원 수준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의 재검토 결과에 따르면 용선료, 선박금융 등 계획된 채무재조정이 모두 성사되더라도 부족자금 규모는 1조~1조3000억 원 수준이다. 해운업의 특성, 올해 상반기 업황 회복 지연, 운임지수의 높은 변동성 등을 감안할 때 부족자금 규모가 회계법인 추정수준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진 측은 부족자금의 30~50% 수준인 4000억~5000억 원만을 자체 조달하겠다고 제시했다.

산은 관계자는 “6500억 원 규모의 상거래 연체를 감안하면 6000억 원이 즉시 투입될 필요가 있으나, 한진 측은 올해 중 대여금 2000억 원만 지원한다는 입장”이라며 “채권단이 나머지를 먼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의 수도 고려했으나, 문제가 더 크다는 결론을 냈다. 한진그룹의 자금조달이 미흡한 상황에서 채권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 대부분 해외 용선주, 해외 항만하역업체 등 해외채권자의 상거래 채무 상환에 사용된다는 말이다. 즉 국내금융기관이 지원한 자금으로 해외 거래처가 받을 연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채무조정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평한 손실부담을 전제로 추진됐으나, 이번 논의되는 신규자금 지원은 협약채권자만 추가적인 부담을 하는 것으로 지원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대규모 부족자금을 협약채권단만이 부담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비협약채권자인 선주, 사채권자들의 손실부담은 없이 협약채권자인 산은, 시중은행만 추가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세 번째로 금융당국이 재차 강조한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과 배치되는 점도 부담이 됐다. 산은의 입장은 분명하다.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 없이 자구노력(현대증권 매각, 사재출연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한진해운도 동일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 회장 모두 소유주가 있는 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한진해운에 대한 대규모 유동성 지원은 원칙과 상충될 뿐만 아니라 여타 기업의 구조조정에 부정적 선례로 남을 수 있어 기업구조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진해운이 부족자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실시했던 선박금융 유예 등 협상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것도 한몫했다. 산은은 현대상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협상에 동의를 표명한 이후에도 최종 합의 도출 및 서명 완료 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의도한 협상안을 관철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용선료 조정 협상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확정적인 단계는 아니고, 선박금융의 경우 상당히 진전됐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합의서 등 결과물을 채권단이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자율협약은 9월 4일 종료된다.

산은은 한진해운의 정상화가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채권단은 금융위, 금감원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중소협력업체 신용위험평가 및 맞춤형 금융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해당물동량 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항만 운영에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수부 등 정부에 대응 조치를 요청하고 채권단은 정부의 조치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상선과 긴밀한 협력 아래 신속히 대체선박 투입 등 한국발 수출물량 운송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관계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한진해운 정상화 차질로 초래되는 국민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및 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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