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수익성 지표 매년 하락해도 GDP 대비 임금 美·日보다 높아
“은행 고액연봉 손질하기 보다는 제조업 임금수준 높여야” 지적도
국내은행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 초반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으나 이는 영업점 단위의 ‘집단’ 성과연봉제다.
외환위기 이후 정착된 급여 시스템대로 대부분의 국내은행은 일반직원에게 호봉에 따른 본봉과 영업점 성과에 따라 80~120%로 차등 지급되는 상여금(성과급)을 지급한다. 1~3급의 간부급만 개인평가를 실시해 일부 성과급을 차등화하고, 전반적인 임금체계는 호봉제에 근간을 두고 있어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임금 수준을 개인성과와 연동시키지 않아 전반적으로 급여가 제조업에 비해 많다.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지주로 불릴 만큼 은행이 최대 계열사인 까닭에 다른 보험·카드·증권 계열사에도 유사한 임금 체계가 적용된다. 오랜 기간 은행업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한 이유로 금융권 연봉은 제조업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경제에 대한 금융산업의 기여도를 감안할 때 고액 연봉 논란은 금융권을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이슈다. 2013년 한국 은행산업의 생산성 지수는 1.7로 1991년의 1.73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2013년 기준 1인당 GDP 대비 금융산업의 임금은 2.03배로 미국(1.01배)이나 일본(1.46배) 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731조9018억 달러)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208조6567억 달러) 비중은 29%에 달한다. 금융보험업(45조5860억 달러)은 6.2%로 부동산 및 임대업(49조4949억 달러)과 비슷하다.
올 2분기 제조업 생산액은 1분기 대비 1.3% 성장했으나 금융보험업은 0.5% 성장하는데 그쳤다. 금융권의 수익성 지표도 매년 하락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몇 년째 하락세다. 국내은행의 ROE는 2005년 18.4%에서 2014년 4.05%까지 떨어졌다. 당기순이익 규모도 같은 기간 11조8000억 원에서 3조5000억 원으로 8조원 넘게 감소했다.
성장과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지만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억대 연봉을 넘보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다만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GDP 대비 많은 급여를 받을 만큼 고도화된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성과연봉제 논란보다는 제조업 등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산업이 더 많이 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