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 때 전원주택 짓기가 유행이었다면 이제 아파트에서 지친마음을 달래고 전통미까지 느낄 수 있는 한옥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거주는 물론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경북도청이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 신도시의 한옥주택용지를 분양한 결과 총 69 필지에 5376명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최고 461대 1을 기록했다. 평균경쟁률은 78대 1이었다. 당초 예상한 25:1보다 3배 이상 높은 결과다.
이 한옥주택용지의 분양가는 면적에 따라 9800만원에서 4억원에 달했다. 당첨자의 70% 이상이 인근 지역 주민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업계는 한옥 건축에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데다 생활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큰 경쟁률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관측은 크게 빗나갔다. 초저금리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몰리는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한옥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수요가 늘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옥 열풍은 서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하는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은 3-2지구 단독주택 부지 내 6만5500㎡ 규모로 조성되는 곳으로 지난 2014년 11월 총 155개 필지 분양을 모두 완료했다. 이곳은 지금은 신축이 한창이지만 2012년 분양이 시작되고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작 8개 필지만 팔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은평구 진관동의 A 공인중개소 측은 "분양이 시작됐을 당시 경기가 안 좋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한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난방 등 열효율이 우수하지 못하고 건축비가 많이 든다는 좋지 않은 인식이 강해 수요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옥 건축비는 최근 3.3㎡당 700만원 선으로 낮아졌지만 기존에는 1000만원 이상 들었다는 게 A 공인중개소 측이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 한옥마을은 건축비 인하와 부동산 경기 기대감, 힐링과 웰빙 트렌드, 인프라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완판을 이끌어냈다.
특히 은평구 한옥마을의 완판은 도심 속 한옥마을이라는 입지적 장점이 희소성에 큰 작용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 서촌과 북촌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들어서는 한옥마을인데다 북한산 조망이 가능하고 교통인프라도 우수해 중년의 주거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3.3㎡당 5000만 원을 호가하는 서촌과 북촌의 매매가격에 비해 이 곳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730만 원 선에 책정돼 투심까지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는 한옥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투자 가치가 살아있다는 얘기다.
A 공인중개소 측은 "층간소음이나 도심 소음 같은 아파트 생활에 지친 중년층 수요자들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속 한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평구 한옥마을 뿐만 아니라 한옥을 지을 때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주는 경우도 많으니 실거주든 투자든 한번쯤 생각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