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책의 끝 부분에 있는 ‘교토 천년 경영 82계명’을 읽고 난 다음에 독서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오래 오래 살아남은 기업들이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경영 모토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의리는 필요 없다. 제품의 질이 우선이다”라는 300년 오차가게 잇포도의 납품 원칙이다. “몸에 배고 습관이 될 때까지 하는 것이 종업원 교육이다”라는 157년 메밀국수집 마쓰비 주인의 말이다. 400년 먹가게 고바이엔은 “쇠를 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고객에게 신용을 쌓아라”를 중시한다. 450년 여관 헤이하치차야 20대 당주는 “옛것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유적을 지키는 행위가 아닙니다. 오늘의 파괴가 내일엔 전통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일본 전국에는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게가 모두 9개 있는데, 이 가운데 5개가 교토에 있다. 또한 500년 이상 된 가게나 기업은 32개이고, 200년 이상은 3146개가 있다. 100년 이상은 5만 개가 있는데 이들이 가장 많이 위치해 있는 곳이 교토라고 한다. 교토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교토가 과거 1100년간 일본의 수도였다는 유별난 자존심과 책임감으로 상인 정신이 가장 투철한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니시오 야츠하시는 한국인들이 교토 여행에서 가장 많이 찾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의 입구에 위치한 330년 된 떡가게이다. 기요미드제라를 올라가는 관광객들에게 유난히 떡을 먹어보라고 권하는 가게이다. 니시오 야츠하시 가훈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친절을 팔고 만족을 사라. 확실하게 행동하고 말은 둥글게 하라. 마음가짐은 길게, 도량은 넓게, 생각은 깊게, 일은 빠르게’ 선조가 후손들에게 당부한 이 말은 교토 상인들이 지키려 노력하는 모든 덕목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
교토에는 오래된 된장가게가 많은데 이들 가운데 하나가 혼다 된장이다. 180년의 관록을 가진 점포에 대해 저자는 “그들은 하찮게 보이는 된장 한 봉지에 자신들이 쌓아온 모든 철학을 담고 있다. 또 그 철학을 이어 가면서 새로운 철학을 보태고 있다”는 설명을 더한다. 교토 상인이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값싼 1000엔짜리 된장 한 봉지라도 더 좋은 맛, 좀 더 보기 좋은 디자인, 좀 더 나은 친절을 위해 100년이고 200년이고 노력하는 자세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390년 두부피 가게 유바기치는 종업원 19명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음식점이나 사찰 등 고정거래처 매출이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유바기치의 교훈은 “소의 쇠스랑처럼 장사하라”이다. 소가 끌고 가는 쇠스랑은 논이나 밭을 갈 때 골 하나하나를 빠뜨리지 않고 잘 갈아야 좋은 작물이 재배되는 것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놀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는 권면을 담고 있다. 속도를 강조하는 시대이지만 오랫동안 생존하고 번영하는 기업들에는 대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기본에 충실한 기업이 돼라는 것이다. 조급함에 들뜬 우리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