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간의 주도권이 뒤바뀌었다. 지난해 높은 성과를 낸 운용사들이 올해 부진한 실적에 머무는 반면 뒤로 밀려나 있던 운용사들은 약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대부분 비슷한 스타일로 운용되던 중소형주 펀드들의 차별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4일 한국펀드평가가 중소형 주식형의 최근 1년간 월별 1년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15위권 밖이었던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5위권 내로 진입했다. 유리자산운용도 지난해 20위권 가까이 추락했지만 올해 5위권 수준으로 올라왔다.
반면 지난해 중소형 주식형 펀드 운용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냈던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은 올해 지속적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성과 순위 5위권 내였던 현대인베스트먼트와 마이다스는 지난달 20위권 밖까지 성과 순위가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중소형주가 급등하면서 높은 성과를 냈던 운용사들은 뒤로 밀린 반면 상대적으로 장기 성과가 부진했던 운용사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국면의 변화가 단순히 중소형주 전반의 부진에 그친 것이 아니라 관련 펀드의 세분화·차별화를 드러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올해 높은 성과를 낸 한투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등의 중소형주 운용 스타일은 ‘중형 혼합’ 형태다. 대형주 비율이 다른 중소형주 펀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형태다.
한국펀드평가 스타일 분류에 따르면 맥쿼리투자신탁의 중형 혼합성장 섹터 투자에서 대형주 투자비중은 59.75%에 달한다. 해당 섹터에서 중형주와 소형주 투자 비중은 각각 29.63%, 5.88%에 불과하다. 한투운용의 중형 혼합 섹터 내 대형주 투자비중도 48.49%로 중형주(31.07%), 소형주(20.31%)보다 높다.
반면 지난해에는 성과가 높았지만 올해 지지부진한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대형주 비중이 19.68%로 낮다. 대신 중형주 비중이 54.58%, 소형주가 22.74%로 말 그대로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메리츠자산운용 역시 중형주 비중이 65.63%로 가장 높고 대형주에 29.78%, 소형주에 3.77%를 투자하고 있다. 현대인베스트먼트도 중형주 비중이 43.68%로 가장 크다.
배종원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올해 수익률 상위권에 자리매김한 운용사 스타일을 분석해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높은 배당 수익률 등이 두드러진다”며 “사실상 중소형주가 아니라 대형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굳이 중소형주라는 사이즈 개념에 갇히지 않고 성장성 대비 저평가된 성장 가치주를 선별하거나 자체 기준으로 기업 내재가치를 따지다 보니 대형주에 가까운 종목을 더 담은 것 뿐”이라며 “같은 중소형 섹터 내에서도 운용사와 매니저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두드러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