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시장이 올 상반기 숨고르기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보다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투자 비중이 늘리면서 전체적인 벤처투자금액을 줄였다. 하지만, 벤처펀드 결성액과 투자 기업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하반기에 투자가 집중, 올해도 투자액 2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5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벤처펀드 투자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9488억 원으로 전년 동기(9939억 원) 대비 4.5% 감소했다. 최근 3년간 벤처투자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상반기 투자액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급격히 팽창하던 국내 벤처투자시장의 열기가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2조85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중기청 강기삼 벤처투자과 사무관은 "지난해 상반기 투자액이 크다보니 비교시 감소할 수 밖에 없었고, 미국과 중국 벤처투자시장도 투자액이 감소하고 있는 시점인만큼, 우리나라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에도 상반기보다 하반기 투자액이 증가했던 전례가 있어 우선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VC)업계도 단순한 투자액 감소보다 벤처펀드 결성액ㆍ투자 기업 수 증가 등의 지표가 더 중요한만큼, 하반기 투자가 집중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바라봤다. 규모를 늘리고 있는 벤처펀드 결성액을 이유로 들었다. 올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9.9% 증가한 1조6692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벤처캐피탈협회 이의준 상근부회장은 "벤처펀드가 결성되면 결국 투자로 이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하반기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 등 창업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부 정책 기조도 변함이 없어 벤처투자 분위기가 갑자기 바뀔 수 있는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벤처펀드 결성액 중 민간 출자액이 1조792억 원으로 전년 동기(3698억 원) 대비 크게 증가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는 게 VC들의 시각이다. 또한, 벤처 투자액 중 스타트업으로 공급된 자금 비중이 지난해 27.0%에서 올해 39.6%로 늘어난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 대규모 투자는 줄었지만, 스타트업 지원으로 투자 기업 수를 늘려 전반적인 창업ㆍ벤처투자 생태계 선순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상근부회장은 "창업과 벤처투자는 무엇보다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최근 5월과 6월 시장 상황이 더 좋아졌고, 하반기 투자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올해도 벤처투자액 2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