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이 자살시 재해사망보장을 해주는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이 당초 알려진 2465억 원 보다 더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신협이 판매한 상품은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보고받은 약관 유형과는 다른 만큼, 금감원이 숨겨진 미지급금을 찾는 일에 검사 여력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협이 판매한 해피라이프재해보장공제 상품은 그동안 금감원이 보험사에서 보고받은 특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약관 유형과는 다르다.
자살보험금 지급 약관 유형은 보험학계 등에서는 총 4가지로 구분하지만 크게는 재해사망보장 내용이 주계약에 들어간 경우와 특약에 들어간 경우로 구분된다.
금감원이 보험사에서 보고받은 유형은 후자다.
금감원은 2014년 ING생명 적발 사례를 기준으로 특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의 미지급금 규모를 보험사에서 보고받았다.
당시 ING생명은 종신·정기·연금보험 특약에 재해사망보장을 반영했음에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제재를 받았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집계된 14개사 미지급금 자살보험금 2465억 원도 이런 유형만 반영된 미지급금 규모다.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계약 유형은 당시 금감원 통계치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번 신협의 해피라이프재해보장 공제 상품은 아예 특약이 없이,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계약 유형이다.
신협은 자살시 재해사망공제금을 지급하는 해피라이프재해보장공제 상품을 2004년부터 5년간 총 3만5768건 판매했다.
이 상품 주계약 약관에는 가입 2년 뒤 자살했을 경우에 재해사망공제금을 지급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약은 없는 상품이다.
이 상품 약관(제18조1항)은 ‘피공제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공제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 경과 뒤 자살했을 경우는 그러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재해사망공제금 액수는 신휴일(금·토·일요일·근로자의 날 등) 사고 시에는 1억 원, 평일 사고 시에는 5000만 원이다.
하지만 신협은 자살로 사망한 피공제자에게 약관에 명시된 대로 재해사망공제금을 지급하지 않고, 납입보험료에 준하는 책임준비금만 지급했다.
신협은 전체 미지급 금액과 건수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신협 관계자는 “추후 모든 미지급 재해사망공제금을 상품 계약자에게 지급하고, 금감원 방침에 따라 소멸시효 경과건도 지급할 예정”고 말했다.
문제는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약관 유형은 신협만 판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이투데이가 자살보험금 미지급사 14개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삼성생명·교보·알리안츠·동부·신한생명 등 5개사는 재해사망보장이 주계약에 포함된 상해보험을 판매했다.
삼성생명 ‘퍼펙트교통상해보험’, 교보생명 ‘차차차교통안전보험’ 등 상품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유형까지 합하면 미지급규모는 현 2465억원 보다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따라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전담하는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의 검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은 지난달 27일부터 소멸시효 경과건에 대한 자살보험금 지급을 유보하고 있는 삼성ㆍ교보생명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애초 금감원이 제시한 자살보험금 집계 기준이 모호해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유형과 규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업계에 알렸으면 정확한 미지급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이슈가 재점화됐던 지난 5월에 자살보험금 집계 기준과 약관 유형을 보험사에 명확하게 알려주고 보고를 받았더라면, 추가 유형이 뒤늦게 나오는 등의 혼란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엔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