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상품에 대한 손실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연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급락에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유로스톡스50 지수가 하락하면서 올해 증권가의 파생결합상품 손실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관측은 이미 1분기(1~3월)에 현실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6개 증권사는 지난 1분기 파생상품 부문에서 8304억 원의 손실을 냈다. 전 분기에 해당 부문에서 3927억 원 이익을 낸 것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가 1조2231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손실은 대부분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는 파생상품 부문에서 지난 2014년 1조4602억 원, 2015년 1조6005억 원의 손실을 낸 바 있다. 올해는 1분기부터 지난해 절반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과거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화투자증권이 1분기 ELS 손실로 908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는 것과 같은 고해성사가 잇따를 수 있는 것이다.
ELS는 국내외 증시 지수와 우량채 위주의 채권을 결합한 상품이다. 국내외 증시 등락에 따라 손실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일각에서는 ELS 손실 사태를 2008년 미국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실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CDO가 신용도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한데 묶은 것이라면 ELS는 리스크가 큰 유럽, 중국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서다. 연중 내내 ELS의 녹인(Knock-in·원금손실 가능)이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이 같은 리스크를 인지하고 ELS 발행을 줄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ELS 발행금액은 20조42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47조1175억 원 대비 반토막났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 재판 가능성 = 증권사의 ELS 손실이 분식회계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평가손익을 내는 모형이 상이하다. 만기가 6개월 남은 ELS의 평가손익을 만기가 3개월 남은 상품과 똑같이 계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면 분식회계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ELS는 만기일이 길게 남아 있을수록 변동성이 큰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결산 시점에서 만기가 6개월 남은 ELS의 평가손실이 -50%라면 같은 구조로 만기가 3개월 남은 상품은 -30%의 평가손실이 예상된다.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변동폭이 줄기 때문이다.
이런 변동성 차이를 무시하고 손실이 적은 쪽으로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의도적으로 손실을 축소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ELS의 손실 여부는 내부 기준에 따라 분류했다”며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에 이어 증권사도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회계 관련 현안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회도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회계감사 시 회계법인 임직원의 주식보유 현황을 신고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분식회계는 금융당국,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 추가 법안 발의나 상임위 질의, 국정감사 등을 통해 문제 제기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