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2012년 증권사, 2014년 생명보험사에 이어 올해는 은행들의 담합 혐의를 잡고 조사에 나섰으나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쓴맛을 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6개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사건에 대해 무혐의로 종결했다. 담당자가 3번이나 바뀌면서 4년간 조사했으나 법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심의절차를 종료한 것이다.
앞서 2014년에는 9개 생명보험사에 변액보험수수료 담합 혐의로 과징금과 검찰고발을 했다가 패소했다. 2012년에는 20개 증권사의 소액채권금리 담합에 19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후 소송에도 이겼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개입됐다는 점이다.
먼저 2012년 공정위는 당시 국민주택채권 등의 금리(수익률)를 담합해 온 삼성증권 등 20개 증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2억3300만 원을 부과했다. 대우ㆍ동양ㆍ삼성ㆍ우리ㆍ한국ㆍ현대증권 등 6개 증권사는 검찰에 고발됐다.
증권사들은 자신들이 써내는 금리에 따라 국민들에게서 소액채권을 사들이는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을 악용, 가격이 최대한 싸게 책정될 수 있도록 금리를 담합했다.
금리 담합을 위해 증권사 채권 담당자들은 매일 오후 3시30분을 전후해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 모여 그날 제출할 수익률을 논의했다. 담합 이탈을 막기 위해 다른 증권사가 거래소에 제출하는 수익률의 컴퓨터 입력 화면을 출력해 팩스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는 2004년 3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6년여간 진행됐다.
당시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핑계로 댔다. 국민주택채권과 국채수익률 차이를 0.4%포인트에서 0.1%포인트 안팎으로 줄일 것을 강제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2014년 공정위가 9개 생명보험사에 변액보험수수료 담합 혐의로 과징금과 검찰고발을 했다가 패소당한 사건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수수료율 상한 설정)가 발목을 잡았다.
이번 CD금리 담합건도 금융당국이 CD금리를 올리거나 발행을 늘리라는 행정지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앞으로 금융사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할 때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당국은 2014년부터 행정지도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