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장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국내 자산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28일 “다음 달에는 국내 자산 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업계 파장이 줄면 연말에는 해외 자산을 늘려 2016년에 목표로 삼은 자산 비중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는 주식과 채권 부문에서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국내 자산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이 같은 방침을 담은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월간 투자 계획은 투자위원회를 통해 확정된다.
지난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96조4000억 원, 국내 채권에 277조2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체 526조5000억 원 중 국내 주식 비중 18.3%, 국내 채권은 52.6%를 각각 차지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9000억 원 줄고 국내 채권은 1조9000억 원 증가한 것이다.
앞서 업계는 브렉시트로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이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국민연금의 올해 투자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2016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관은 4조1000억 원을 국내 주식 투자 여유자금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이달과 다음 달에 집행될 수 있는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지수 1900대 초반은 국민연금의 적극 매수 타이밍일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이 붕괴되면 국민연금이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전략 노출을 막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 가동 조건을 공개하지 않지만 코스피지수 1800 붕괴가 해당 플랜의 가동 조건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코스피지수 폭락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1분기(1~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대량 보유 내역을 살펴보면 이 기관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122곳에 달한다. 10% 이상 보유한 곳도 33개사다. 코스피지수 폭락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민연금도 국내 증시를 떠받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투자 여력은 비율 측면에서도 남아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20.0%로 맞추기로 했다. 4월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18.3%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 9조 원 이상을 국내 주식에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도 국민연금에 국내 주식 매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27일 증권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주식시장 수급 조절 차원에서 연기금의 손절매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이어 “대다수 기관들은 현 상황을 주식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투협은 또 증시 낙폭이 커지면 유관기관과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금투협은 주식 수요 확대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와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제한 완화를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