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식을 언제 사고 언제 팔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기 기준이 없을 때는 성공하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월등히 높은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남의 말에 휘둘리기 쉽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석 달 전에 산 주식이 20%나 떨어졌는데 이걸 팔아야 할까요,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나는 그 주식을 살 때 기준이 무엇이었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면 대개가 “증권사 전문가가 추천해서”, “친구가 좋은 주식이라 해서”, “사람들이 많이 사길래” 등의 대답을 한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시장에 가서 1만원짜리 수박 한 통을 살 때도 괜히 이쪽저쪽 두드려보고 꼭지가 마르지는 않았는지도 봐가며 신중히 고르면서, 몇 백만원어치 주식을 살 때는 ‘누가 좋다고 하니까’라는 이유로 결정해 버리는 것이다. 소중한 돈을 투자하면서도 이렇게 요행을 바라는 심리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혹시나 하며 매주 로또를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둘째, 욕심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며, 그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기준 없이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욕심이 과해지기 쉽다. 며칠에 몇 백만 원을 벌었느니 몇 백 프로 수익률을 기록했느니 하는 무용담을 간간이 듣는다. 사실 그것이 가능한 곳이 주식시장이기도 하다. 하루 상승 제한폭이 30%이니 사흘 연속 상한가면 원금의 2배가 넘는다. 3일 만에 100% 이상의 수익률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수익을 지키는 사람을 지금까지 한 명도 못 봤다. 오히려 단기 수익률에 취해 나쁜 투자습관이 고착됨으로써 끝내 재기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럿 봤다. 하루 상승폭만 30%인 것이 아니라 하락폭도 30%이므로, 하한가 두 번이면 원금의 절반 이하가 된다. 며칠 만에 큰 수익이 나면 그것이 자신의 ‘실력’ 덕택이라고 믿지만, 그런 이변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결국 잦은 매매와 미수 사용으로 빈손으로 주식시장을 떠나게 된다.
셋째, 늘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기업을 분석했다면 그 기업이 성장을 계속하는 한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지금 당장 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몇 프로 올랐는가는 별로 중요치 않다. 주가가 하락하면 지분을 늘릴 기회가 되므로 오히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남의 추천이나 차트만 보고 주식을 샀다면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늘 불안하다. 그래서 몇 프로 오르면 ‘수익실현’한다고 팔아버리고, 몇 프로 내리면 ‘손절매’한다고 팔아버린다. 그것이 주식투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10년이 지나면 수수료로 인해 대부분의 자산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냥 가지고 있었으면 지금쯤 원금의 몇 배는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철학이 없는 투자는 도박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다. 짧은 순간의 흥분과 스릴을 만끽할지는 몰라도 노후에는 가난 속에 연명해야 한다. 게다가 주식으로 손해를 본 사람들은 자식들한테도 절대로 주식에 손대지 말라고 가르친다. 자식이 부자가 될 유일한 길까지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