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의도의 천막들

입력 2016-06-20 10:49 수정 2016-06-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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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자본시장1부 기자

여의도공원을 기준으로 동쪽은 한국의 증권시장을 상징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거래소인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국내 주요 증권사 본사들이 몰려 있다. 미국의 자본시장을 ‘월가’가 상징하는 것처럼, 한국의 자본시장을 눈과 발로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을 거닐어 보는 것이 맞다.

최근 동여의도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풍경 중에 ‘천막’이 있다. 자본시장의 대표 기관인 한국거래소의 정문 앞에 가보면 옛 해태제과 주주들의 천막이 있다. 해태제과식품 상장 시 주주로 인정해달라며 농성 중이다. 이들은 최근 증시에 상장한 해태제과식품이 과거 해태제과의 브랜드와 역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옛 주주들의 권리도 함께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래소 안으로 향해도 천막이 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지주사 전환 재추진을 반대하며 거래소 로비에 설치한 천막이다. 발길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옥 앞에도 노조의 천막이 설치됐다. 사측이 노조와 상의나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현대증권 사옥 앞에도 현대증권이 매각에 나선 후부터 설치된 천막이 있다. 좀 더 걸어가서 대신증권 사옥에 이르면 부당한 해고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을 마주할 수 있다.

모든 천막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다만 다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과 의견을 전달할 수 없어 농성을 택했다는 점은 같다. 그들이 모두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천막의 주인들은 동여의도의 ‘약자’다. 약자의 외침이 거리로 나와 천막이 되는 곳. 지금 동여의도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자본시장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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