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막을 올린 가운데 경쟁이 치열했던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정해졌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개혁 등 핫 이슈가 많은 국회 정무위원장에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1981년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부산 동래구의 3선 의원이 되기까지 35년간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 당 원내부대표, 공천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비롯해 19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후반기 여당 간사를 맡는 등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아온 이 위원장을 이투데이가 만나 20대 국회에서 풀어야 할 각종 쟁점에 대한 생각을 들어 봤다.
국회의원 회관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자신을 ‘의회주의자’라고 소개하고 확고한 원칙에 기반해 향후 정무위를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진복 정무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금융권에 큰 이슈가 많아 책임감이 클 것 같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됐는데, 향후 운영 방향은?
“저는 독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운영은 행정적 부분하고 정책적 부분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행정적 부분은 위원들에게 맡길 생각이다. 위원들 간에, 혹은 정당 간에 갈등이 있으면 조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위원들이 소신을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위원들이 열정을 갖고 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회의를 열고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적 부분은 여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18대나 19대 때도 그렇듯이 여야 갈등이 없다면 그건 국회가 아니다. 그런 부분을 정책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위원장 역할이다.”
△최근 최대 쟁점으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국책은행에 12조원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미쓰비시 중공업이 선박을 수주해 놓고 배를 만들 자국 협력업체를 찾아보니까, 1인 기업으로 전락해 한국을 찾았는데 인건비가 높아서 부품을 만들 수 없어 결국 중국으로 갔다고 한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많은 협력업체를 정리해 1인 기업으로 전락하면 나중에 정상궤도에 올라갔을 때 큰 배를 수주하는 데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또 구조조정은 회사의 자구노력이 이행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잘못하면 금융회사를 부실 덩어리로 만들고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회사 스스로 자금 조달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투자자와 자본금을 확충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무조건 채권단에 손을 벌리면 금융권으로 부실이 전이되고,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정부에 손을 내미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정부가 조성한 12조원 전부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확보한 자금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들에게는 간접 지원 방식이 좋다.”
△당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금융기관과 대상 기업들의 ‘선(先) 책임론’을 주장한다.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
“구조조정은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중요하다. 흔히 얘기하는 부패나 사익을 편취해서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겐 책임을 맡길 수가 없다. 그러나 정책적 오류가 있는 경우에 무조건 잘라내는 것은 옳지 않다. 정책적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정책 과정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다. ‘선 책임론’도 있을 수 있지만 무조건 책임을 지우면 누가 나서겠나.”
△정부가 내세운 4대 개혁 가운데 ‘금융개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대 국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금융업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은행은 사실 수수료를 받는 데 그치는 보수적 영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은행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빅뱅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동조는 하지만 우리 금융은 개방에 취약하다. 최근 중국의 공산은행이 들어와서 우리 기업들에게 조 단위 대출을 하겠다고 한다. 중국의 선제적 정책에 대해 우리는 곱씹어 봐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로 있을 수는 없다.
금융개혁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선상에서 해야 한다. 핀테크도 전 세계에서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데 우리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저금리 시대에서 금융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연을 위해 필요한 은산분리 원칙의 예외인정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놓고도 찬반이 갈리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됐는데 어떤 입장인가.
“18대 때도 그 문제로 여야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에 오는 것에 위험 소지가 있다. 당시 여당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삼성, 현대가 은행을 소유해 만들어진 자금을 삼성, 현대에만 일방적으로 쓰고, 국민 세금을 들여서 대기업을 운용하는 데 쓸 것 아니냐는 불신 때문이다. 다만 빅뱅크로 가기 위해서 지금 자본의 열 배 이상은 있어야 한다. 중지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상황이 올 것인데 다수의 국민이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시행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가 조금 이른 것 같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에는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자본시장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경우 거래소 본사의 부산 명기 등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협상책이 필요한가.
“소재지 지역을 명시하면 안 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슬기롭게 풀 방법이 있다. 제가 자본시장법을 발의한 이유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슬로바키아하고 우리만 IPO를 안 한다고 한다. 글로벌 기법을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소재지를 부산이라고 명시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야권 주장이니 조정하고 영역 부분도 야당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도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공기업들 다하는데 금융권만 안 한다는 것도 우스울 것이다. 쫓겨나는 것도 겁나고 생활비가 많이 나가는 시기에 월급이 줄어드는 게 걱정되는 것이다. 주변에서 이거 꼭 해야 하냐는 얘기 들었다. 앞서 미쓰비시 중공업 사례를 얘기했듯이 우리나라 중견업체 월급이 많으니까 미쓰비시 중역이 한국 중소기업 보고 우리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데 우리 일을 받아서 할 수 있겠냐고 했다고 한다. 임금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객관성·공정성이 담보되면 반대를 안 할 텐데 신뢰가 없는 것이다. 경영진에 잘 보이면 플러스 점수를 받고 조금이라도 서운한 소리하면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이런 불안감이 있다. 신뢰를 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9월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을 놓고 농축산업계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영란법 표결할 때 기권했다. 김영란법이 부패지수를 낮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건 큰 기업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자금이 회전돼야 한다. 권익위원회가 이해단체들과 학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해서 자료를 보자고 했다. 9월 시행을 앞두고 국회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고 본다. 또 유치원 선생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월 150만원씩 받고 연봉 합해 봐야 2000만원도 안 된다. 그래놓고 우리 사회 각종 법안을 만들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왜 빠지는가. 김영란법은 완벽하지 않지만 시행해 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봐서 일정 시기에 수정하자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 같다. 농축산 종사자와 영세업자들은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해소책이 있는지 업무 보고를 받아보고 논의하도록 하겠다.”
△19대 국회에서 대기업 총수 등 경제인을 국회에 출석시키는 것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사안에 따라 어느 사람이 오는 게 좋겠다는 것은 판단의 문제다. 청문회, 국정감사를 다 해봤는데 총수나 CEO(최고경영자) 두 사람 중에 CEO가 전문성이 있으면 그 사람만 부르는 게 맞다. 거기서 답을 못하면 그때 윗사람을 부르면 된다. 논쟁할 이유가 없다. 총수를 불러오면 국정감사가 잘되고 청문회가 잘된다는 차원에서 볼 일이 아니다.”
△정무위원장으로서의 각오와 여야 위원들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면.
“각오라기보다는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소양을 바탕으로 정무위를 운영하겠다.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니까 잘못이 있으면 여야를 막론하고 나무라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는 갈등을 조정하고 정리하는 곳이고 위원장의 일도 이를 치유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 의회주의자로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볼 생각이다. 위원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이고 국회의원이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만 회의시간 잘 지켜주시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상대의 인격을 배려해서 했으면 좋겠다. 회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