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이후] 전 금통위원들 “구조조정은 재정으로 하는 것..경기회복 효과도 의문"

입력 2016-06-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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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확충 할 수 있는 수단이나 선후 바뀌었다..대표 비둘기도 "소수 의견 없는 것 아쉬워"

매(통화긴축론자)와 비둘기(통화완화론자)는 상극이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랄까.

그러나 이번주 한국은행에는 매와 비둘기의 구분이 없었다. 8일에는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내줬고 9일에는 기준금리를 내렸다. 왼손과 오른손이 손뼉을 쳤다. “살려야 한다”는 대의를 중시한 정책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부의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이 10조원을 쏟아 붓는 것을 두고 “보완적인 역할”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많다.

전임 금통위원들이 한은의 최근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마뜩치 않아 보인다. 매파로 분류되는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장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했다. 김 명예교수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한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방법으로 10조원의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라며 “이런 정책을 먼저 발표한 뒤 금리를 내린 것은 비판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이번 한은 정책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한국경제에서 저금리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가장 크다”며 “이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금리는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과 같이 다니기 때문에 결국 물가가 오를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단기적인 ‘링거’ 처방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중도성향인 최도성 가천대 국제부총장은 기준금리 인하 자체에 의구심을 품었다. 최 부총장은 “금리를 내리는 것은 소비 진작과 수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한국경제 상황은 금리가 높아서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예상은 있지만 결국 올릴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리 수준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을 때 금리를 내려도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총장은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돈을 출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순서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본확충펀드는 2008년에도 해본 적인 있기 때문에 방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산업 구조조정의 원칙이나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먼저 마련하는 것은 해당 정책의 신뢰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금통위원에서 물러난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덜 비둘기파라고 말하는 문 교수는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한은의 정책 목표는 성장과 물가의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현재 포텐셜(잠재 성장률)이 크게 내려간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이를 높이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한은 정책 목표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착각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의 재정으로 하는 것이지 통화정책으로 하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금리 인하 효과는 대부분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가지 기업의 투자 확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표 비둘기파인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시장에서는 이번달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기될 것이 유력한 상황인 지금이 금리 인하 적기”라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금리 기조가 바뀔 때는 소수 의견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경기 추이를 본 뒤 올해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의 자본확충펀드 출연과 관련해서 그는 “직접적인 자금 공급이 아닌 간접적인 대출 형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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