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준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금리정책의 여력확보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은 부총재 겸 금통위원인 장병화 부총재는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을 내세웠다. 사실상 중립 내지 약간 비둘기파적인 성향으로 풀이된다.
4명의 신임 금통위원 대거교체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가지 덤을 안겼다. 바로 기존에 남은 금통위원들의 색채를 보다 뚜렷하게 엿볼 수 있기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그간 매파 문우식 전 위원과 비둘기파 하성근 전 위원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해왔었다.
우선 한은 집행간부로 당연직 금통위원을 제외한 위원 중 막내(?)에서 하루아침에 넘버1이 된 함준호 위원은 실물경기와 물가흐름, 유휴생산력 등 다양한 거시경제적 측면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항상 “실물경기 및 물가흐름, 유휴생산력 점검결과”를 짚어나가는게 특징이다. 그가 평소 “데이터 디펜던트”를 강조해 왔다는 점과 일맥상통한 부문이다.
그는 현 경제상황을 “추가 금리조정의 입지가 생성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달과 같은 스탠스다. 다만 그는 금리조정에 따른 효과보다는 비용과 위험에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함 위원은 “금리조정에 따른 긍정적 기대효과가 이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에 비해 유의하게 크다고 확신하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경우에 따라서 추가 인하에 언제든지 손을 들수 있겠지만 최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의 재점화 등에 따라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
특히 그는 2014년 5월13일 취임 후 현재까지 단 한번도 소수의견을 낸 적이 없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신중한 성격인데다 그간 금통위원 중 막내였다는 점에서 강한 주장을 펴기 힘들었을 수 있어서다. 금통위원의 대거교체로 상석에 앉은 그가 제목소리를 강화할지 두고볼 일이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한은 집행부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통위에서 3대3으로 의견이 맞설 때 총재가 코멘트를 남긴다는 점, 총재와 부총재는 사실상 한몸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당연한 결과를 재확인한 셈이다.
장 부총재는 일단 한은 전망경로에 힘을 실어줬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최근의 거시경제 흐름을 보면 당행의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한다”며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성장과 물가의 상하방리스크에 유의할만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경기회복 지원 등을 위해 거시정책 기조의 추가 완화가 필요한 지는 성장의 상하방 리스크 변화를 좀 더 지켜본 후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서 매파로 한 클릭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기업구조조정이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이는 최근 조선과 해운사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은의 현재 입장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13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달 전에 전망을 내놨습니다만 그 이후에 한 달간의 상황을 보면 아직 그 전망을 바꿀만한 유의적인 변화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그 흐름이 계속 이어갈지를 지켜볼 것이고 그 다음에 구조조정이 어떻게 추진되느냐, 어떤 속도로 그것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느냐 면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는 언급과 판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