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6일(현지시간) 일본 미에 현 이세시마의 이세신궁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일본에서 정상회의가 열리는 건 2008년 도야코 회의 이후 8년 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들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마중을 받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이세신궁 경내를 둘러봤다. 일각에서는 G7 정상들이 이세신궁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정교 분리의 관점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신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들이어서 그다지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기리는 신사로, 과거 제정일치와 국체 원리주의의 총본산 역할을 한다. 야스쿠니 신사처럼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은 아니지만 보수 세력에게는 성지로 추앙받는 곳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세계 경제 침체 방지 대책 외에 남중국해의 안보와 테러방지 대책 등 정치·외교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27일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정상도 참여하는데, 이는 신흥국 경제가 침체하는 가운데 선진국들이 결속해 세계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틀간의 정상회의는 총 7회의 세션으로 진행된다. 첫날인 26일에는 세계 경제의 현실에 대해 함께 인식하고, 금융, 재정, 구조 정책의 필요성과 각국의 노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밤 정상 회담에서 “세계 경제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성장을 G7에서 제대로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인식을 같이했다. 양국은 재정 투입에 신중한 영국이나 독일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할 전망이다.
재정 투입에 대한 각국의 온도차는 정상 회담에 앞서 20, 21일 센다이 시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메워지지 않았다. 따라서 정상들 간의 심도있는 상호 작용을 통해 어느 선까지 정책 공조를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정상들은 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일본유럽경제연대협정(EPA)을 조기에 타결하자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 파나미 페이퍼스로 국제적 비판이 높아진 과도한 과세 부담은 부정부패 대책 강화로 행동 계획을 정리하기로 했다.
26일 저녁부터는 정치·외교 분야로 협의 주제가 옮겨간다. 정상들은 테러 대책과 난민 문제, 북한과 우크라이나 정세 등 다양한 과제를 놓고 논의한다.
회의 이틀째인 27일 오전에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논의한 후 참가국을 확대해 회의를 연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베트남 총리 등이 가세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토론한다. 토론이 끝나면 G7은 성과를 정리한 정상 선언문을 발표한다. 아베 총리가 의장으로서 기자 회견을 열고 2일간의 협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아베 총리와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5일 회동을 갖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문제는 지난 20~21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영국 재무부는 EU에서 독일 다음으로 큰 경제국인 영국이 탈퇴하면 향후 2년간 경제 규모는 약 3.6% 위축되고 주택 가격도 10%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