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계가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적인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히 금액으로만 제한하는 법의 내용들이 단순한 ‘행정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제28회 중소기업주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쓴 소리들을 쏟아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직무와 관련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나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회장은 “조만간 김영란법이 시행되는데, 법이란 것은 취지가 좋아도 부작용이 많고 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필요가 없다”며 “김영란법에 금액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 확률이 있을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만들 때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을 갖고 나와야 하는데, 단순히 금액으로만 제한하는 건 너무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예컨대 5만원짜리를 먹은 후 3만원 (카드)결제하고, 현금 2만원을 내면 되는데 (금액으로만 제한한) 법이 의미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다른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들도 김영란법에 대한 비판에 합세했다. 위축된 경기를 되살리고,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법의 실효성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내수경제가 안 좋아 힘든 상황에서 현재 정부 정책의 핵심은 내수경제를 살리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며 “화분, 꽃씨 등도 뇌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농축수산물업계의 경우에도 명절을 앞두고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등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일부 예외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에 (김영란법 관련) 의견서를 전달하고, 정책위의장 등을 방문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이후엔 자영업자 총연대 등과 집회도 계획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도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일어난 후에 법이 진행돼야 한다”며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내수경기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우선 아니겠느냐. 모든 것을 법으로 다 규제하면 수없이 많은 법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이날 간담회는 16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중소기업주간 행사과 관련된 자리였지만, 박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작심한 듯 김영란법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만큼 김영란법의 시행이 소상공인, 화훼업계, 중소 유통업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 여론의 호불호가 강한 만큼 업계의 목소리가 얼마나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