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양적완화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위한 재원마련에 한국은행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산업은행 채권을 직접 인수하기보다는 부실채권정리기금 내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대출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또 현행법으로도 가능한 수출입은행 출자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경제의 성장률 제고를 위해 양적완화는 물론 통화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작년 한해만 조선 3사에서 8조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그 여파로 산업은행도 1조9000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기업부실과 그에 따른 금융부실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라며 “현재 어려운 재정여건을 고려해 볼 때 한은의 적절한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금 호미로 막지 않으면 나중에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다만 “산은 채권(산금채) 인수 방식은 그간 산은이 보여 온 방만경영과 낙하산인사 등에 비춰 기업구조조정은 안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산은에 한은이 발권력으로 자금을 공급하고도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내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대선 후 국회청문회 등 여러 정치경제적 문제를 초래할 시한폭탄이 될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채권 매입을 위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채권이나 부실여신으로 자본건전성이 훼손된 금융기관의 자본보전을 위한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이 대출하는 대책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2014년말 신청기간 만료로 휴먼상태에 있는 ‘금융안정기금’ 대출도 대안일 수 있다고 봤다.
실제 1997년 금융위기시 자산관리공사에 설치됐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2008년 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은 각각 채권을 인수하거나 산은에 대출한 바 있다.
그는 “구조조정의 시급성과 얼마남지 않은 골든타임을 고려해 볼 때 한은 금통위 결정으로 가능한 자본확충펀드로 산은의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수은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한 한은 수은출자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구조조정을 위한 기금운용의 주체로 산은보다는 기금 내지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을 다시 부활해 부실채권정리기금 이사장 또는 보다 포괄적인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전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구조조정의 시급성과 실효성을 고려할 때 이사장이나 위원장은 장관급이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기적으로는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금융불안이나 위기시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은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현재의 자료제출요구권 공동검사권만 있어서는 한은이 최종대부자로서 금융안정기능을 선제적으로 수행하기 미흡하다”고 밝혔다.
경기회복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주문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단기적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기침체를 지속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을 위한 안정화 정책인 양적완화 통화정책이 동시에 필요한 실정이다. 불충분한 단기 안정화 정책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부진은 다시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