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대성공과 함께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아이폰 판매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면서 매출이 13년 만에 감소했다. 아이폰의 뒤를 이을 획기적인 후속작도 부재한 상태여서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어닝 쇼크를 연출했다. 2016 회계연도 2분기(1~3월)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물론 시장의 예상도 밑돌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부진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높았다”며 “그러나 이것이 미래를 바꾸지는 않았다. 미래는 매우 밝다”고 말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직 신제품인 이른바 ‘아이폰7’이 나오려면 수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아이폰 판매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이 공백을 메우고 신흥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자 소화면의 아이폰SE를 출시했지만 이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성장이 정체 상태에 도달한 것이 애플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퀄컴과 대만 TSMC 등 애플 아이폰 주요 부품 공급업체 모두 수요 냉각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아이폰 판매 감소가 예년처럼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기다리면서 구매를 자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가 스마트폰시장의 전반적인 성장 둔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증가율이 7%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의 2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앞날도 어둡다. 스마트폰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최근 아이북스와 아이튠즈 무비 등 주요 서비스를 차단했다. 다음 성장시장으로 인도를 꼽고 있지만 이 시장은 중저가가 주력인 가운데 경쟁도 치열해 애플이 마냥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쿡 CEO의 리더십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13년간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전례없는 재무적 성과를 거두고, IT 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지난해 애플워치를 도입하는 등 제품 라인업을 늘렸음에도 아이폰의 뒤를 이을 히트작 부재로 ‘아이폰 기업’이 됐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애플의 차기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찾고 있지만 회사의 폐쇄적인 정책때문에 언제, 어떤 형태로 새로운 혁신이 나타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차세대 성장엔진 후보로 가상현실(VR) 기기, 자율주행자동차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테슬라와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 등이 이미 이들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