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화장품·패션업계 CEO들이 메가 브랜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구본걸 LF 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이 메가 브랜드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유니클로 연매출 1조원 달성’ 소식이 이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아직 국내에서 단일 패션 브랜드로 1조원을 달성한 브랜드는 없다. 장기화된 불황과 출혈 경쟁으로 파워브랜드 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화장품·패션업체들에게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메가 브랜드가 없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나마 화장품 업계는 체면을 차렸다. 설화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 브랜드 달성의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유니클로가 국내 진출 10년 만에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설화수는 무려 7년이란 시간이 더 걸렸다.
차 부회장은 올해 ‘후’를 1조원대 브랜드로 만드는 것은 물론 후를 이을 차세대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설화수를 제치고 주요 면세점 매출 1위 자리를 꿰찼지만, 총 매출액은 2000억원 가량 뒤처진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주요 면세점에서 설화수 이외에도 헤라와 라네즈가 2년 연속 면세점 톱 10위 안에 포진했다는 점이 비교됐다. 특히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는 이니스프리까지 포함돼 총 4개 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그룹 브랜드였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후를 제외하고 10위 안에 드는 브랜드가 없다.
서 회장은 1위를 빼앗긴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화수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최근 설화수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단일 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중 최대 규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플래그십을 통해 설화수를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과 구 회장 역시 메가 브랜드 육성에 바쁘다.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빈폴은 지난 2011년 빈폴아웃도어를 출시하고, 2015년 매출 1조원에 도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빈폴의 매출액은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사장은 빈폴맨즈를 비롯해 레이디스, 골프, 키즈, 아웃도어, 액세서리 등 빈폴의 6개 라인 모두 고른 매출 증대를 위해 매장별 확장 계획을 수립하고, 복합쇼핑몰 내 메가숍 개설에 주력하는 등 변화된 유통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04년 LG상사 패션사업 부문장을 맡으면서 패션사업과 인연을 맺은 이후 지속적으로 브랜드 파워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닥스와 헤지스를 제외하고 간판 브랜드가 없는데다, 이 두 브랜드의 1조원 달성도 요원하다. 닥스와 헤지스는 연간 매출액이 아직 5000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LF는 헤지스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대대적으로 리뉴얼을 단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