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이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폭스바겐이 친환경 광고로 소비자들을 속였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C는 지난 7년간 폭스바겐은 정부 기준보다 환경오염 물질을 훨씬 많이 배출하는 차량을 ‘클린 디젤’이라고 광고했다고 비난했다. FT는 지난 2008년 말 이후 미국에서 판매된 55만대 차량이 그 대상이라며 만일 FTC가 소송에서 이겨 이들 차량에 대해 판매 평균가였던 대당 2만8000달러의 손해배상을 받아낸다면 그 금액은 총 150억 달러(약 17조4825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폭스바겐은 FTC는 물론 미국 법무부와 프랑스 정부, 독일 검찰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러 정부기관과 법적 분쟁에 휩싸여 있다. UBS는 FTC건이 터지기 전에 나온 보고서에서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스캔들로 380억 유로의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100억 유로에 이르는 민사소송 배상금과 90억 유로에 달하는 형사소송 벌금이 포함됐다”고 추산했다.
정부 기관은 물론 기관투자자들도 폭스바겐이 스캔들 관련 미국 당국과의 논의사실을 주주들에게 너무 늦게 알려주고 있다며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자동차데이터서비스업체 켈리블루북의 레베카 린들랜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심지어 스캔들에 영향을 덜 받은 국가 정부기관들도 자국민이 피해를 입었다는 인식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 상황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전날 폭스바겐의 2015년과 2016년형 전기자동차 e-골프의 배터리 소프트웨어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다며 전량 리콜한다고 밝혔다. NHTSA는 “소프트웨어가 일시적인 전압 상승을 심각한 배터리 결함으로 인식해 모터 작동을 중단시켜 차량이 운행 도중 멈출 수 있다”고 리콜 이유를 설명했다.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스캔들 관련 미국 환경당국과 타협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소비자신뢰와 품질 등 여러 부문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폭스바겐의 난국 극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