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27개 산업의 총 수출량을 토대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주요 제조업의 수출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와 자동차용 엔진·부품산업 수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1년 사이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이어오던 수출 20만대 선도 무너졌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중남미 및 중동 수요 감소, 중국 토종 업체의 강세가 이어진 탓이다.
자동차 수출은 2015년 10월 7.5%를 찍은 뒤 11월 -3.5%, 12월 -7.3%, 2016년 1월 -18.8%, 2월 -8.1% 등 4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동(-74.1%)과 중남미(-41.4%)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어 유럽연합(-21.6%)이 뒤를 이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중동, 중남미 등 주요 신흥시장 경기둔화 등에 따른 해외판매가 부진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22.3% 감소했다. 기아차는 K3, 카니발, 스포티지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유가로 인한 신흥국 경기침체 등으로 1.6% 감소했다. 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수출 감소폭이 가장 큰 중동이나 중남미의 경우 실물경제와 관련이 있다”며 “유가 하락에 소득 수준이 떨어지면서 자동차 수요도 감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올해 신차 출시 효과로 상반기가 지나면 다시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지엠은 신형 스파크, 트랙스의 수출 호조로 판매량이 9.4% 증가했다. 르노삼성은 닛산 위탁생산차(로그)의 대미 수출 호조가 지속돼 6.1% 증가했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유럽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판매량이 19.7% 증가했다.
무엇보다 최근 1~2년간 자동차 수출을 짓눌렀던 ‘엔저(低) 악재’가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엔 환율이 2년여 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수출에 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금리 인하 등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로 인해 원·엔 환율은 지난해 5월 100엔당 890원대까지 급락해 한국 수출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업계는 원·엔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수출액은 4.6%, 영업이익은 3.7%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우리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이 420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 강세는 가장 큰 미국시장에서 큰 호재”라며 “이에 따른 이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