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의 봄이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대기했던 회사채 수요가 연초에 몰렸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경기 불확실성과 함께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회사채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가격이 더욱 높아지면(수익률 하락) 우량 회사채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5년물은 민간 채권평가사의 평균금리보다 32bp(1bp=0.01%포인트) 높게 잡으며 고금리 전략을 펼쳤지만 800억원이 미매각됐다. GS EPS의 3년물도 100억원이 미매각되면서 모두 900억원의 수요가 부족했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 AA 이상인 기업의 회사채가 미매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등급 A0인 한국토지신탁도 발행하려는 500억원(3년 만기) 회사채에 80억원의 수요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이달 남아있는 회사채 수요 예측 일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오는 23일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을 실시한다. 만기는 5년이다. 삼화페인트공업의 신용등급은 A-다. 이 회사의 회사채 발행 실적은 AA 이하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의 흥행 여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오는 29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 나서는 롯데쇼핑은 대기업의 평가지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기업 계열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3461억원 순손실을 냈다. 영업이익은 27.8% 줄어든 8578억원을 기록, 8년 만에 1조원을 밑돌았다. 실적이 좋지 않은 대기업에 대한 공모채 시장의 반응이 주목되는 것이다.
시중은행 채권 딜러는 “올해 신용등급이 AA 이하여도 실적이 괜찮으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 하락도 회사채 시장 냉기에 영향= 올해 들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1%대로 떨어진 것도 회사채 수요 예측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AA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비교한다. 올해 들어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고채 10년물의 금리는 1% 후반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1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766%까지 내려갔다. 이 국고채의 금리가 1.7%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박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낮아지다 보니 투자자들의 회사채 수요도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지 여부가 향후 시장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려 회사채 수익률이 더욱 낮아지면 일부 초우량물 이외에는 수요가 얼어붙을 수 있는 셈이다.
다음달도 회사채 시장의 주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4월에는 카카오, GS칼텍스,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회사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를 위해 일으켰던 단기차입금 8000억원 중 4000억원 가량을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차환할 계획이다. KAI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백경윤 SK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의 굴직한 이슈에 회사채 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차)를 보면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AA급 이상이 아니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