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이 도이치뱅크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조건부자본증권(일명 코코(CoCo)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코코본드 발행을 재개하는 분위기다. 도이치뱅크와 달리 국내에서는 코코본드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반면 코코본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전북은행 등 최근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코코본드는 코코본드 본연의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Tier-1)이 아닌 상각형 조건부(일명 후순위, Tier-2)다.
18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북은행(AA-등급)이 지난 15일 후순위 코코본드 10년물 800억원어치 발행에 성공했다. 이날 수요예측에서 금리밴드는 3.2%에서 3.5%였다. 이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국고채 대비 140bp(1bp=0.01%포인트) 가량이나 높은 고금리로 제시된 게 주효했다고 판단했다.
강수연 대우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전북은행이 금리를 높게 제시하긴 했다”면서도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보면 금리밴드 상단에서 체결되는 분위기인데다 금리만 보고 참여하지도 않는다. 자본력이 약한 지방은행이었음에도 유효수요가 금리밴드 내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AA0등급)도 18일 후순위 코코본드 10년물 수요예측에 나선다. 물량은 2500억원으로 제시금리밴드는 국고10년물 대비 80~110bp 수준이다. 광주은행(AA-등급) 또한 오는 21일 후순위 코코본드 10년물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발행예정 규모는 700억원이다.
코코본드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는 등 특정 전환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옵션이 부여된 자본증권을 말한다. 기존 기본자본 및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던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사채보다 자본성을 강화한 증권이다. 다만 후순위채 형태를 띤 티어2(Tier-2) 코코본드도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해 지난해말까지도 티어1(Tier-1)을 중심으로 발행물량이 꾸준히 늘었었다.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강화한 바젤III 규정이 올해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9월말 현재 기업은행을 제외한 우리은행과 4개 금융지주사의 티어1 코코본드 잔액을 1조8848억원으로 추산했다.
백경윤 SK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도이치 사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코코본드 이자지급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발행자 입장에서도 티어1으로 추진했을 경우 미매각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몇 달안에 티어1 코코본드 발행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일문 한신평 연구위원도 “이자미지급 가능성 우려에 일반투자자는 물론 펀드에서도 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티어1 코코본드는 자본비율이 높은 신한은행 등의 경우 이자율을 높여서라도 발행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향후 발행되는 티어1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미지급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우선 강수연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자산의 질이나 자본손상 가능자산, 잉여자본 측면에서 국내 티어1 코코본드는 여전히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일문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발행되는 티어1 코코본드의 경우 이자미지급 기준 자본비율이 기존보다 강화된다”며 “최근 저금리와 위험자산 부실화 등 은행 수익성에 불안요인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적자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