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이달 14일 시행되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소위 ‘만능통장’의 투자일임형 상품 출시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지난 2월 14일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은행들이 투자일임형 상품을 ISA에 편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투자일임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투자 결정을 위임받고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으로 은행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ISA에 이런 고위험 상품이 어설프게 편입될 경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2일 시중은행 중 ISA 제도 시행일에 맞춰 투자일임형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이날부터 투자일임업 허가를 위한 등록을 시작했다. 증권사의 경우 이미 투자일임업 사업권이 있어 투자관련 상품의 자산 배분 구조를 담은 모델포트폴리오(MP)를 제출하고 심사가 끝나면 바로 ISA 편입 투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금감원의 MP심사는 10영업일 정도가 소요되며 ISA 시행 전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권은 포트폴리오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한 상품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약 6개월 정도이다. 은행들은 지난 12월 ISA 발표와 함께 신탁형 상품 기획을 착수해 3개월 만에 상품 설계, 직원 교육, 관련 규정 마련, 전산 구축 등을 준비했다.
투자일임형의 경우 준비 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상황이다.
A은행 관계자는 “투자 상품의 경우 손실이 생길 수 있어 상품 준비 과정이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까다롭다”며 “ISA용 신탁형 상품도 준비기간이 빠듯했는데, 투자일임형 상품을 한 달 안에 준비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중은행 중 가장 빠른 경우에도 4월 초에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기간 부족이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파생상품에 대한 판매 자격 취득 기준이 대폭 완화돼 이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의 건의를 수용해 파생상품 투자 권유 자격 취득 과정에서 요구되는 집합 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파생상품 판매 권유 자격증을 가진 직원을 빠르게 양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조치지만, 교육 기간이 짧은 만큼 관련 규정과 상품 숙지가 부족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금융위는 원금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고객에게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고위험 상품을 담은 일임형 ISA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임형 ISA의 판매 과정에서 이런 방침을 금융회사에 통보했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