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 부회장은 삼성SDS 보유지분 일부를 처분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최대 3000억원까지 청약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권주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 금액은 그대로 이 부회장의 손에 남았다.
현 상황에서는 3000억원이 향할 곳은 결국 삼성엔지니어링이 될 것이란 관측이 가장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가 완료된 후 기존 계획대로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6일 삼성엔지니어의 신주가 상장되면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한다는 시나리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여 책임경영의 자세를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다양한 계열사들과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금액으로 삼성SDI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물산 주식 500만주(2.6%)를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유상증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3000억원이 다 들어갈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는 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분 인수에 사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충분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굳이 추가 매입까지 하면서 3000억원을 마련한 명분을 희석시킬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