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넘도록 고립됐던 남산 예장자락이 보행공원으로 변신해 시민들에 개방된다.
서울시는 도심과 남산을 잇는 예장자락을 보행자 위주로 개선해 명동·남산한옥마을·남대문시장·서울역고가·세운상가 등 명소와 보행로로 연결하는 방침을 22일 발표했다.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설계를 공모, 접수된 14개 작품 중 시아플랜건축사무소 조주환씨의 '샛·자락공원'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번 당선작은 차량만 다니는 약 100m 길이의 남산1호터널 입구 근처 지하차도(명동∼옛 교통방송 인근)를 보행터널로 만드는 것이다. 터널이 끝나는 지점(구 TBS교통방송 인근)에는 친환경 곤돌라 스테이션과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들어선다.
이럴 경우 그동안 찻길과 높은 경사 등으로 사실상 단절됐던 예장자락으로의 보행길이 열리게 돼 명동역 인근에서부터 곤돌라 스테이션까지 완만한 길을 따라 한 번에 걸어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친환경 곤돌라를 타면 남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 곤돌라는 연장 888m로 시간 당 약 1200여명을 수송할 수 있다.
보행터널 내부에는 전시, 휴식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성된다.
예장자락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갈 보행 네트워크는 자연, 역사, 문화를 테마로 한 △사람의 길(시청~예장자락~남산 한옥마을) △나무의 길(인왕산~예장자락~남산) △역사의 길(돈화문로~예장자락~남산 산책로) △문화의 길(청계천~예장자락~재미로) 등 4개의 길이 만들어진다.
사람의 길은 한옥마을에서 예장자락까지 계단 가든, 조깅 트랙으로 잇고 예장자락에서 명동역 인근까지는 공중가로로 연결한다. 남산에 분포한 신갈나무 수목림을 보존하는 게 핵심인 나무의 길은 남산부터 인왕산까지 신갈나무를 심고 사이사이 오솔길과 보행데크를 만든다.
역사의 길은 돈화문로에서 시작해 예장자락 공원을 거쳐 남산 산책로로 이어진다. 시는 이 구간에 있는 옛 중앙정보부 6국 건물, 현 서울시청 남산제2청사는 인권센터로 만들고 주변을 인권산책로로 조성한다.
문화의 길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이어지는 길에 그래피티벽, 프리마켓, 공연장을 상설화하고, LED 조명을 활용한 빛의 숲을 만들어서울타워까지 빛 흐름이 이어진 길로 조성한다.
시는 다음 달 4일까지 당선작을 시청 로비에 공개하고, 기본·실시설계 후 오는 7월 철거 공사에 들어간다. 연말엔 본격적으로 공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설계비로는 15억 8000만원이 책정됐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한 세기가 넘도록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고립됐던 남산 예장자락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며 “남산의 자연경관을 회복하고 도시와 자연, 다양한 역사문화 지층이 공존하는 소통의 공간으로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