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4일 IS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에 일임형 ISA를 허용한 것은 투자자의 투자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증권사는 일임형과 신탁형을 모두 판매하고 은행은 신탁형만 취급하기로 했다. 고객의 돈을 투자하는 업무는 증권사의 고유 영역이라는 해당 업계의 반발 때문이었다. ISA는 예금과 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함께 운용하는 절세 상품이다.
그러나 ‘일임형을 허용해달라’는 은행의 요구에 정부가 물러섰다. 국민 재산 늘리기란 대의 앞에서 은행과 증권사 간의 문턱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업계의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 고위층에서 ‘차별 없는 경쟁’을 강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가의 반응은 마뜩잖다. 증권사는 영업 네트워크와 인력 모두 은행에 뒤쳐진다. 금투협에 따르면 현재 은행의 지점 수는 7305개로 증권사의 1217개에 비해 6배 많다. 펀드 판매 인력 역시 증권사는 2만3005명으로 은행의 9만2920명과 견줘 75.2% 적다. 이 때문에 ISA 시장의 개막으로 오히려 은행에 고객을 뺏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와는 결이 다른 반응도 있다. “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이미 ISA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상품)를 운용해왔다. 상품 판매 및 운용 능력이 은행에 앞서 있는 장점을 활용, 더 적극적으로 은행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3월 ISA 출시 이후 증권사는 곧바로 일임형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은 감독규정 개정을 기다려야 할 뿐 아니라 내부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은행의 출발이 한 발 늦을 수 있다.
증권사는 정부가 이번 IS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숙원이었던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해 준 것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증권사는 투자 일임 계약의 대면 원칙 때문에 고객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비대면 일임 계약은 증권사의 준비가 끝나면 은행과 동시에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일임형 ISA는 투자 유형을 5개 이상의 유형으로 구분한 뒤 각 유형에 2개 이상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가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들이 ISA 경쟁에서 은행보다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