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제철소 딜레마..동국제강 유동성 위기설

입력 2016-01-25 10:04 수정 2016-01-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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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브라질 CSP 투자 MOU

원가절감 경쟁력 제고 기대했지만

현지 정부 약속한 인프라 건설 지연

올해 1500억 적자예상… 애물단지로

동국제강이 유동성 위기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은 브라질 CSP(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 고로 제철소(이하 브라질 제철소) 때문이다. 브라질 제철소는 투자 당시 동국제강을 시장 지배자로 만들어줄 승부수였다. 하지만 업황 변화와 경쟁 구도가 바뀌면서 가장 큰 리스크로 전락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05년 브라질 세아라주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제철소 설립을 추진했다. 동국제강(30%)을 비롯해 포스코(20%), 브라질 철광석 업체인 발레(50%)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투자 규모만 총 54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동국제강이 브라질 투자에 나선 것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다.

본래 주력제품은 배를 만들 때 사용되는 ‘후판’으로, 동국제강은 후판 원자재인 ‘슬래브’를 자체 생산하는 고로가 없다. 브라질 제철소를 통해 후판 부문 경쟁력 제고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초 완공 예정일은 지난해 말이었다.

동국제강은 제철소 완공시기를 오는 2분기로 보고 있다. 브라질 주정부가 건설을 약속한 철광석 하역 시스템이나 원자재 운송 도로, 교량 건설 등 인프라 건설이 계획 보다 10% 이상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철소가 완공되더라도 당분간 적자를 이겨내야 한다.

브라질 제철소는 가동 시작과 동시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브라질 제철소에 대한 잔존 출자 부담은 1억2000만 달러, 지분법 손실 규모는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 등에 따라 2270억원으로 인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브라질 제철소의 지분법 손실 규모가 약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철강 업종 연구원은 “해외 자회사의 부진과 브라질 제철소 투자와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들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동국제강의 지원부담이 확대될 수 있고, 자체 재무 부담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현대제철의 시장진입과 조선업황의 장기 침체도 리스크 요인이다. 현대제철이 후판 시장에 진입한 이후 동국제강의 매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의 주요 전방 기업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의 실적 부진과 저유가로 후판 가격 인하 압박이 예상돼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이 더 적극적인 사업구조 개편 등 본원적인 이익창출력에 대한 대책없이는 유동성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브라질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 부담과 우발채무의 현실화 등으로 중단기적으로 재무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 11일 신년인사회에서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던 후판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10월부터 흑자가 나고 있다”며 “오는 6월에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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