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성장책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주열 총재는 14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연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경상성장률 관리방안도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실질성장률이 낮을 경우에 물가를 올려서 이를 달성하겠다는 기계적, 도식적 운용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은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 지표로 삼은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을 달성하기 위해 물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로 2.0%(2016~2018년 적용)를 제시하자 전문가들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은에 우회적으로 금리 추가 인하 압박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7개월째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시선들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 부총리는 기준금리 인하 정책에 긍정적 시그널을 내비쳤다.
유 부총리는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저금리 정책은 가계와 기업의 유동성 여건 개선과 주택시장 회복세, 심리 개선 등을 통해 경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2014년 8월 이후 기준금리 100bp 인하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09%포인트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가 상승 방안으로 금리인하책이 유효하다는 시각을 밝힌 것이다.
유 부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최경환 전 부총리의 정책 방향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2년 남짓한 임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에 앉은 만큼 경제성장책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이주열 총재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대처하기 위해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 문제로 추가 금리 인하 부담을 안고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균형적 운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 경제방향을 바라보는 두 수장의 시선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재정적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면서 “정책적 제한을 고려했을 때 통화정책이 마냥 완화적으로 가는 것이 긍정적인지도 불투명하다”며 정부와 한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일호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는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