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업계가 ‘수난시대’를 맞았다. 프랑스 르노는 1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프랑스 정부가 파리 본사와 공장을 수색해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이 다른 업체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면서 이날 르노는 물론 유럽 자동차업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르노 주가는 장 초반 23%까지 폭락했다. 이후 낙폭을 줄여 10% 급락으로 마감했으나 르노는 하루 사이에 시가총액이 26억 유로(약 3조5000억원) 증발했다. 르노와 더불어 푸조 주가가 5.1%,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7.9%, 다임러가 3.6% 각각 급락했다.
푸조시트로엥도 이날 우리도 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질 르 보르뉴 푸조 부사장은 “폭스바겐 이외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면 전체 업계에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푸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는 깨끗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산하 르노 노동조합 측은 AFP통신 등에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이 지난 7일 파리 근교 공장 등 3개 지역에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며 “조사 목적은 폭스바겐과 같은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라고 전했다.
르노는 이날 성명에서 이를 인정하면서 부정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장관도 “르노의 디젤차량이 배기가스 기준을 초과하기는 했지만 조작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또 지난달 말 자사 모델 4종이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조작 행위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폭스바겐 스캔들 관련 유럽 각국의 조사와 감시가 강화될 것이라는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약 1100만대의 차량이 조작과 관련됐다고 인정한 이후 흔들리고 있다. 주가 폭락으로 시총이 몇 십억 유로 사라진 것은 물론 지난해 3분기 15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회사는 스캔들 관련 67억 유로를 따로 떼 놓았지만 전문가들은 그 비용이 300억 유로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르노도 지난달 폭스바겐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실제 도로 위에서 차가 달릴 때의 배출량과 시험 측정치를 맞추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FCA는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 파문은 물론 미국에서 판매 수치를 부풀렸다는 소송이 제기돼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 측이 판매 수치를 부풀리는 대신 재고가 쌓여 피해를 입은 딜러들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 주가는 이날 이탈리아 증시에서 두 차례나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FCA는 “이런 행위는 우리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