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융중심지 ‘여의도’] 外人 26거래일 연속 4조 순매도… 돈도, 사람도 떠난다

입력 2016-01-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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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배럴당 30달러대 붕괴하자 재정압박 산유국들 오일머니 회수 나서… 中경기둔화 우려 위안화 절하 충격에 신흥국 증시 투자심리 악화

새해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시작된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은 중동계 오일머니 회수와 중국발 쇼크로 인해 연초 강도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외국인 26거래일 연속 순매도=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일부터 11일까지 4조3789억원을 순매도했다.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사실상 26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이는 2008년 6월 9일~7월 23일(33일)과 작년 8월 5일~9월 15일(29일) 순매도에 이은 최장 순매도 기간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과 함께 유가 급락에 따른 중동계 자금 이탈, 중국발 쇼크로 인한 이머징 약세 베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급락을 지속해 배럴당 20달러대에 진입했다. 7일 종가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28.2달러를 기록하며 2004년 4월 7일(29.9달러)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갔던 것이 불과 1년 반 전이었는데 현재는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기술 혁신으로 원유 생산량은 6년간 2배가량으로 늘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과 유럽의 경제 둔화로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유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박상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당분간 저성장을 지속할 것임을 전제하면 향후 유가는 저유가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1990년대와 같은 장기 저유가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급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며 산유국 국부펀드의 투자자금 회수도 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재정 적자 확대에 따른 국부펀드의 포지션 정리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2014년 말 16조680억원에서 지난해 11월 11조9450억원으로 줄었다.

사우디는 국내 증시에서도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가별 외국인 상장주식 투자 동향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증시에서 4조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작년 9~11월 중동지역은 국내 증시에서 3조3317억원의 상장주식을 순매도하며 외국인 순매도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저유가로 인한 재정 압박은 산유국 국부펀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산유국 국부펀드의 투자자금 회수 리스크는 잔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다만 국부펀드 투자자금 회수에 따른 1차 충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신흥국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 지역 국부펀드의 자산 증가는 산유국 국부펀드 자금 이탈의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발 쇼크…신흥국 위험회피 심리 확산=중국발 쇼크로 신흥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의 순매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연초 중국 증시 급락과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등으로 신흥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신흥국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중국 증시는 대주주 지분 매각 금지 해제와 새롭게 도입된 서킷 브레이커(일시적 거래제한 제도)의 미숙한 운영 등의 충격으로 큰 폭의 조정을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지난 4일과 7일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되면서 조기에 장을 마감했고 지수는 3200포인트를 하회했다.

위안화 절하도 중국 증시 패닉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달 6.5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전장에 비해 위안화 가치를 0.5% 절하한 것이다. 인민은행이 이날까지 8일 연속 위안화를 절하시키며 외국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로 인한 다중 파급효과(원화약세, 엔화강세) 등으로 국내 증시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위축됐다”며 “단발성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8월에도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의 정책 대응으로 시장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증시가 폭락한 지난 7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개인들의 공황매도(패닉셀링)를 유발했던 서킷 브레이커도 잠정 중단했다. 8일에는 인민은행 성명을 통해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면에서 시장이 추가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위안화 속도 조절을 위한 중국의 정책 대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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