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를 통해 일본과 중국이 에너지 가격 하락 시기에도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공기업 부채감축,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의 문제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국제유가가 낮았던 2000년대 초반까지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유가 상승으로 산업·경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과거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위축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일본보다 현저하게 낮은 정부 예산과 정책금융 지원을 꼽았다. 우리 정부의 2016년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958억원으로 2015년 3594억원에 비해 약 73% 삭감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2016년 우리보다 6배 이상 많은 632억5000만 엔(약 5898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2015년에 비해 13% 증가한 금액이다.
또 정책금융을 통한 자원개발 지원 규모(2014년)를 보더라도 일본이 일본석유천연가스광물자원기구와 일본국제협력은행을 통해 2조2810억 엔(약 22조7000억원)을 지원한 반면, 한국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해 8.4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3국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더욱 차이가 크다. 2014년 한국이 해외자원개발에 67억9300만 달러 투자한 데 비해, 일본은 약 14배 많은 11조4006억 엔(약 934억8400만 달러), 중국은 10배 이상 많은 712억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러한 일본의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 기조에 따라 일본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24.7%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2011년 이후 자원개발률이 14.4%로 일본의 약 절반 수준에 정체돼 있다. 유연탄, 동, 철광 등 전략광물 자원개발률도 2014년 기준 한국은 32.1%임에 반해 일본은 60%를 웃돌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자원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성공불융자금을 확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등 주요국 수준으로 관련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면, 민간 투자를 장려하도록 올해 일몰이 예상되는 세제지원의 기한 연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석유화학·정제산업과 같이 한국이 주로 진출한 석유산업 하류부문의 제품경쟁력이 후발국의 추격으로 약화된 상황을 고려할 때,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상류부문인 자원개발산업으로 한국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상류부문 산업의 경쟁력이 열악한 한국은 현재의 저유가 상황을 해외자산 확보 및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저유가 상황이야말로 해외자원개발의 적기”라며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개미식 투자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도 해외자원개발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질적 역량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