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논쟁이 진행됐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중소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면 이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현재 가맹정 수수료율은 원가 이하라며 수수료율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양 쪽이 제시한 것이 금융선진국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자신의 ‘입 맛’에 맞게 내세우면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5%로 민주노동당은 이 수수료율이 미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여신금융협회는 미국은 2.4%로 우리와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현지에서 취재한 결과 양 측의 주장은 모두 틀렸다.
미국의 소매금융 전문 컨설팅회사인 '스트래티직 워크 그룹'의 네비 젬 얼도간(Nebi Cem Erdogan) 대표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카드 시장의 현황' 세미나에서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과 관련, 미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설명했다.
네비 대표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10~12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리스크 요인"이라며 "그 밖에 가맹점의 업력(業歷)이나 판매량(sales volume)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맹점의 업력 및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은 천차만별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평균 수수료율이라는 수치에 큰 의미가 없었다.
뉴욕 메디슨 에비뉴에서 헤어샵을 하고 있는 알렉슨 신 사장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은 아메리카 익스프레스(아멕스) 카드의 경우 4~4.5%, 비자나 마스터의 경우는 3.2%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반면 브로드웨이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성 사장의 경우에는 아멕스는 2.8% 정도,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1.7~1.8%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또 골프샵을 운영하고 있는 이전구 회장의 경우도 아멕스는 2.7% 정도, 비자와 마스터는 2% 미만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차이점이라면 우리나라는 업종별로 가맹점 수수료가 책정되는 반면 미국에서는 업종에 관계없이 가맹점마다 수수료가 달랐다. 즉 매출이 많은 가맹점의 경우는 그만큼 수수료가 적고, 매출이 적은 가맹점은 수수료가 많아지게 된다.
이전구 회장은 “과거 매출이 적을 때는 수수료가 높았으나 매출이 늘면서 수수료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즉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이 차별해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식당 관계자는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 비자와 마스터카드 수수료율은 2.3~2.4% 정도였으나 현재는 프로세싱피를 포함해 약 1.9%로 낮아졌다”며 “현재도 규모가 작은 곳은 우리보다 0.5% 정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도 매출이 떨어진다면 다음 계약 때 수수료율이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민노당과 중소 가맹점들은 이 같은 매출 규모에 따른 수수료율 차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가맹점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윤성 사장은 “원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손님도 편하고 우리도 편하다”며 “카드 수수료는 일종의 필수 거래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서 "가맹점마다 매출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업종별이 아닌 개별 가맹점별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게 맞지 않냐"며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를 사용하면서 일어나는 비용으로 매출이 늘어갈수록 계속 낮아지는 추세여서 불만보다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를 낮추기 위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집단행동에 대해서 미국 현지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헤어샵을 운영하는 알렉스 신 사장은 “집단행동으로 수수료를 낮출 수도 없을 뿐더러 당연한 논리에 맞서 억지로 수수료를 낮추려는 노력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높여서 매출을 늘려 수수료가 낮아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골프샵을 운영하는 이전구 회장은 “'안티트러스트법'에 따라 단체나 협회 등에서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강요 또는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안티트러스트법’과 비슷한 법률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입법 기관에서 먼저 이 법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