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 순위가 5위에로 6위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동량 부족 및 선복 과잉현상으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는 가운데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주관하는 ‘위기의 해운·조선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 세미나가 1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책세미나에는 이진복 의원을 비롯해 해운과 금융계 관계자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김영무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위기극복 대책’에 대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홍성인 산업연구원 팀장은 ‘조선해양산업의 현안과 대응방안’,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선박금융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또한 전준수 서강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상문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장, 최성영 해양금융종합센터장, 이기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해운·조선산업의 위기 극복방안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
◇유동성 부족… 해운업 세계 순위 하락 위기 = 해운산업은 국내 경제의 대동맥으로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국내 수출입화물의 99.7%가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으며 해외에서 수입하는 연료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철강석, 한국가스공사 LNG, 수입곡물 등 원자재 전량은 선박으로 운송된다. 이러한 성과로 인해 지금까지 국내 해운산업은 그리스, 일본,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해운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해운경기 침체와 해상운임 하락으로 인해 국내 해운업계 순위가 5위에서 6위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2008년 51조8000억원에 달했던 해운수입은 지난해 36조4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외항해운업계 적자 규모는 2011년 이후 매년 2조~2조5000억원 가량 이어지고 있으며 이자손익이 매년 1조원 이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순위 하락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해 이어지고 있는 자금 유동성 문제가 크다. 2009년 이후 2013년까지 누적적자는 9조8770억원으로 당장 내일을 걱정할 판이다. 2014년 흑자전환을 이뤘지만 계속된 누적적자 부담에 따른 어려움이 지속될 만큼 유동성 부족에 직면해 있다.
더 큰 문제는 자구노력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유동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적자 막기에 급급할 뿐 신규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이후 원양컨선사는 자구 노력으로 약 5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전용선, LNG 매각, 유상증자, 부산신항 지분 매각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회사채 연장시 20% 상환과 높은 이자 추가부담으로 인해 빚만 갚을 정도였으며 결국에는 영업손실을 상쇄하고 이자를 갚을 뿐 신규선박건조 등 경쟁력 향상에 자금이 투입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선주협회 회원사는 2008년 이후 90개사가 폐업하기도 했다. 이중 대부분이 중소형 벌크선사였다.
또한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신뢰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협의해 채권은행이 구조조정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발표 인후 확인되지 않은 인수합병이나 매각, 금융지원 일체 없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시장에서의 이미지는 떨어지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계약이 중단된 사례도 여러 건 발생했다.
◇국내 ‘높은 상환비율·고금리’ vs 해외 ‘금융지원 활발’ = 이에 정부에서는 다양한 위기극복 대책을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부족한 실정이다.
2009년에는 캠코 선박펀드를 운영해 총 33척, 4700억원 규모의 중고선박 매입프로그램을 운용한 바 있다. 또한 2013년 회사채 시장 정상화를 지원을 통해 회사채 연장시 발행금리를 4~5%에서 10~12%로 상향했다. 결국 높은 상환비율과 고금리를 적용해 회사의 경영여건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2013년에는 선박금융과 해양플랜트 지원을 확대해 수은과 무보를 통해 약 40~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적선사의 선박건조는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해외 메가캐리어가 좋은 조건의 금융으로 국내에서 선박을 대거 건조했다. 이 결과 해운업계와 조선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는 외국과 자국 선사에 신규자금과 신용제공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업체들은 신용등급 확보에 따라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이자부담이 완화되는 등 신규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COSCO는 중국은행으로부터 108억달러 규모 신용을 제공 받았으며 중국초상은행에서 49억달러의 대출을 제공받았다. 덴마크의 머스크는 수출신용기금 5억2000만달러 규모의 금융을 지원받았으며 프랑스의 CMA-CGM 역시 프랑스 국부펀드 1억50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정부 지원 절실… 금리 수준 4% 이하로 조정해야” = 업계에서는 해운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정부의 선박투자를 위한 지원과 금리인하를 주장한다.
김영무 사무총장은 “정부의 지원 의지가 있다면 해외선주와 투자자, 금융기관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며 “위기 극복과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선박투자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유동성 지원을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제 연장 지원과 국적선사들의 영구채 발행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기극복과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선박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최근 출범한 한국해양보증보험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영 해양금융종합센터장 역시 “우리 기업이 산업 회복하는 시기에 금융을 지원해주면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위험이 심각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라며 “이익을 내고 전문분야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있는 만큼 시장을 지켜낼 수 있는 중견 선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진회 해운정책연구실장은 당면한 유동선 문제 해결을 위해 해운기업의 이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외항성사는 이주부분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영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해운업을 위한 전문적인 정책금융 개발이 시급하다”며 “이자 금리 수준을 4% 이하로 조정해 상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