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화학기업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경영 통합한다고 11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양사의 통합으로 화학 부문은 매출액에서 독일 BASF를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된다. 다우와 듀폰은 통합한 뒤 사업별로 분할해 3개의 새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30억 달러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통합 후 새 회사의 이름은 '다우 듀폰'이 되며, 시가 총액은 1300억 달러에 이른다. 새 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양사가 절반씩 대등하게 나눈다. 새 회사의 회장에는 다우의 앤드루 리버리스 최고경영자(CEO), CEO에는 듀폰의 에드워드 브린 CEO가 각각 취임한다. 이사는 양사가 8명씩 선임한다. 새 회사의 본사도 2개 체제로 현재의 다우와 듀폰의 본사에 둔다.
화학 부문의 매출액은 합하면 881억 달러(2014년 12월 기준)로 세계 최대가 되지만, 일단 통합한 뒤 사업별로 3개로 분할한다. 유전자 조작 종자와 농약 등의 농업 관련, 플라스틱이나 범용 수지 등의 재료 과학, 자동차와 가전용 등 고기능 화학품 3개다.
다우와 듀폰은 통합·분할을 계기로 성장 가능성이 큰 유전자 조작 종자 등 농업과 자동차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업 분야에선 통합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와 바이오 기술에 정평이 나 있는 듀폰의 기술을 활용, 신흥국 사업 확대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공동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해 품질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리버리스 다우 CEO는 양사의 통합에 대해 "이상적인 상대다"라며 특히 유전자 조작 종자 분야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세계적으로 인구는 늘어나는 가운데 경작지는 한정적이어서 경작이 어려운 땅에서도 수확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종자는 수요가 계속 확대할 수 있는 분야다.
다우와 듀폰은 일찍부터 농업을 성장 분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미국 몬산토와 스위스 신젠타에 비해 규모가 열악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개편이 과제였다. 이번에 두 회사의 농업 부문이 통합하게 되면 종자 분야의 매출액은 세계 1위인 몬산토를 제치고 수위에 오른다. 콩과 옥수수 종자에서는 미국 점유율 1위로 떠오른다.
통합 후에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저연비 실현에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 경량화에는 소재로서 가벼운 수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다우는 내장 등의 수지, 듀폰은 엔진 회전의 특수 부품인 내열 소재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중복이 적다.
다만 다우와 듀폰의 통합으로 거대 화학 그룹이 탄생함으로써 경쟁사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독일 BASF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BASF는 석유 개발에서 범용의 기초 화학품, 자동차, 전기 에너지까지 다루는 종합 화학 메이커다. 그러나 범용 기초 화학품은 중국 기업과 석유 메이저와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종합 화학 메이커'라는 타이틀을 언제까지 유지할 지 불확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