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내 면세점 사업 특허권을 따낸 업체들의 주가가 신통찮다.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관련 종목은 반짝 상승에 그친 후 내리막길을 걷는 신세다. 전문가들은 면세점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전날보다 4.27% 내린 8만2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호텔신라는 올 상반기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7월 HDC신라면세점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특허권을 획득한 직후 고점을 찍고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현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42% 빠진 수치이다.
임영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는 그간 면세점 기업 중 유일한 상장사로 시장의 기대가 집중됐으나, 상장 면세점 기업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희석이 우려된다”며 “당분간 주가는 횡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HDC신라면세점과 함께 특허권을 받은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추이가 비슷하다. 면세점 특허권 발표 직후 6만원대에서 22만원까지 급등했던 주가는 이후 일관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종가는 9만8200원으로, 고점 대비 55.4% 하락했다.
지난달 14일 극적으로 동대문 면세점을 유치한 두산은 반짝 상승마저 누리지 못했다. 두산의 주가는 발표 후 일주일 동안에만 12.9% 하락했다. 하락세는 계속 이어져 10일 종가 9만8600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승자 업체들의 주가 하락 요인에 대해 “면세점 사업이 5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한시적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주가 매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재입찰 시 면세 사업권을 겨냥한 신규 진입자들의 도전과 기존 사업자들의 방어전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자국 내 면세점 육성 정책과 국내 사후면세 제도 한도 확대 가능성도 면세점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개장이 코앞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에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업체들의 입점이 불투명하다는 사실도 약점이다. 두 면세점 모두 명품 업체 단 한 곳과도 입점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경쟁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명품 업체의 입점이 결정되지 않으면 손님 모으기에 타격을 입을 확률이 높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명품 브랜드 입점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부정적 이슈로 반영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