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여파가 국내 주식시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에너지ㆍ원유펀드는 이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이고, 저유가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은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증시에선 중동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에너지섹터 펀드의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을 -20.41%를 기록중이다. 같은 기간 원유 관련(기초소재섹터) 펀드의 수익률은 -28.67%로 더 참담하다. 원유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형 펀드를 제외하면 원유 관련 펀드는 모두 두 자릿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가장 손실이 컸던 펀드는 ‘KB북미생산유전고배당특별자산(인프라-재간접)A’와 ‘삼성WTI원유특별자산1(WTI원유-파생)(A)’로 각각 이 기간 -43.13%, -39.75%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도 이미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기초자산의 공모형 ELS 중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ELS는 모두 41개로 집계됐다. 발행액은 총 510억원으로 아직 상환되지 않았다.
이들 ELS는 기초자산인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15만4000∼17만4000원대에서 발행됐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전날 종가 기준 1만4050원으로 주저앉아 발행 당시 기준가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미 대부분의 ELS가 오래전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은 물론이고 손실률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저유가로 중동 지역 일감이 급감하고 공사 중인 현장에서도 공기가 지연되며 올 3분기 1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증시에선 저유가로 중동계 자금이 이탈하며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지난 10월 말 기준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올 한 해 국내 증시에서 유출된 중동계 자금은 3조6000억원으로, 지난 8월 이후에만 3조원 넘게 빠져나갔다.
중동계 자금 이탈 대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다. 사우디는 지난 8월과 9월 국내 증시에서 각각 1650억원, 946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10월에는 1조8960억원을 순매도했다. 11월에도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국가의 재정 악화가 신흥국 자산 매도를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신흥국이 금리인상에 취약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