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큰손들이 미국 부동산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 자국의 경기둔화와 정부의 자본유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이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1년간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투자자들은 미국의 주택 구입에 286억 달러(약 33조원)를 지출했다. 이에 중국인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 부동산 시장의 최대 해외투자자로 등극했다.
미국의 전체 주택 구매 금액에서 중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를 갓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마이애미 등 주요 대도시의 고급주택시장을 놓고 보면 중국인은 이를 훨씬 웃도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100만 달러 이상 고가 주택 거래 14건 중 1건이 중국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WSJ는 최근 수주간 일부 중국인이 미국 부동산 투자를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증시 혼란과 경기 둔화, 위안화 평가절하에서 비롯된 자본유출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 등에 불안을 느끼고 투자자들이 주택 매입 결정을 유보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부정부패 척결 운동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것도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개인의 연간 해외 투자는 약 5만 달러로 한정됐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지난 수년간 미국 내 친척과 직원 등을 동원해 이런 규제를 벗어나는 투자를 해왔다. 중국과 미국 양국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수개월간 해외송금을 더욱 어렵게 했다.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는 양빈은 “중국의 교육과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아 8세 된 아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집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경기둔화로 지금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 소재 소더비인터내셔널부동산의 대니얼 창 중개인은 “200만~1000만 달러의 고가 주택 고객 절반이 중국인이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1~2년간 중국인 투자가 줄어드는 겨울이 올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