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NOISE] '미국인' 에이미의 책임

입력 2015-11-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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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문화팀장

유승준(스티브 유·39)은 지난 5월 아프리카TV를 통해 자신의 군 입대 거짓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했다. 그는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견도 밝혔다.

그간 유승준은 수차례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 입국을 희망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대중도 유승준의 행동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여론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설상가상 법무부와 병무청도 법적 근거를 들어 유승준의 입국을 불허했다.

그가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사증발급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최근 ‘국적’과 관련된 이유로 방송인 에이미의 항소심 결정이 내려져 주목된다. 에이미(33)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출국명령처분취소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5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광태)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에이미가 2006년 입국한 후 별도의 해외 이동 없이 9년간 한국에서 체류했다며 생활 기반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했고, ‘악녀일기’, ‘MP3’, ‘스위트룸 시즌4’, ‘특별 기자회견’ 등 방송에도 활발하게 출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선고 받은 집행유예 기간에 ‘졸피뎀’을 투약, 재판에 회부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법원은 에이미의 반복적인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으로 미친 사회적 파급 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 안전과 풍속 유지를 위해 출국을 명령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에이미가 고등학교를 호주에서, 대학을 미국에서 다녔기 때문에 영어권 국가에서의 생활이 익숙하다고 판단했다.

정황을 종합해볼 때, 에이미 입장에서도 분명 아쉽고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각 개인의 사정을 이해하고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다른 위법 행위로 재판을 받은 것은 그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말과도 같다. 잘못된 행동과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에이미는 결국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사실 상고를 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대법원 상고로 한국에서 체류 기간은 늘어날 수 있지만, 심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게 힘들다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안다. 그는 빠른 시간 안에 한국을 떠나야 한다.

에이미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져야 할 의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국가에서도 그 어떤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한국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만 바란다면 이기적인 발상이다. 에이미의 재판을 통해 국적이 주는 무게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또한, 에이미의 재판 결과가 향후 진행될 유승준의 ‘사증발급거부처분취소소송’에도 어떻게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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