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공고는 한달 전인 지난달 16일 나왔지만, 절대 다수의 투자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태양광 업황 자체가 좋지 않고, 회사의 수익 창출 능력이 부족해 처음부터 업계의 화두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산은의 관료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 매각을 천명했지만, 실제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복지부동’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산은 기업구조조정실 관계자는 "넥솔론은 법정관리 M&A이기 때문에 최대주주인 산은은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후 내부실사를 거쳐 희망하는 가격이 나오는 1월께 그때 조건을 놓고 채권자와 주주와 접촉한다"며 "그 전 과정은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정관리는 법원 주도이기 때문에 채권단은 법원을 따라가는 방식"이라며 "매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위해 산은이 사전적으로 하는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산은의 입장에 정부조차 아연실색하고 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으로도 담보권이 있는 채권단의 4분의 3이 동의해야 회생안이 통과되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이 매각 과정에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이 민영화됐다가 다시 통합되는 과정에서 특히 기업구조조정실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적극적으로 인수자 유치에 나섰다면 단 한곳도 입찰 응시자가 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법정관리 M&A라도 채권단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어떤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제부터 시작”…3년간 91개사 매각 가능할까=그간 산은의 비금융자회사 매각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투자자금이 장기간 묶여 있어서 신규 투자로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구조조정 기업에서 재부실화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항공우주산업(KAI), 한국지엠 등 장기간 보유한 91개 비금융회사 지분을 2018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매각하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출자전환 후 정상화한 기업 5곳과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 86곳이다.
산은이 5% 이상 출자한 기업은 출자전환 34곳, 중소·벤처투자 343곳 등 모두 377곳이다. 지분 규모는 9조2000억원(장부가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만 총 288개이며, 이 가운데 비금융 자회사는 118개에 이른다. 지분가액으로는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가장 빠르게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대우조선과 KAI, 한국지엠, 아진피앤피, 원일티앤아이 등 5곳이다. 산은이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을 보유한 이들 기업은 현재 정상기업으로 분류돼 당장 내년부터 매각 추진이 가능하다.
산은은 매각계획을 포함해 내년 업무 계획을 수립하는 등 비금융자회사 매각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매년 산은의 매각 실적을 경영 평가에 반영해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매각 추진을 위한 관리기구인 자회사관리위원회도 내년 1월쯤 구성할 예정이다. 산은 회장과 집행임원, 사외이사,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해당 위원회를 통해 비금융자회사의 취득에서부터 관리, 매각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