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이 확실시되면서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의 화폐전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IMF는 지난 13일(현지시간) 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채택할 것을 회원국들에 정식으로 권고했다. 오는 3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방안이 최종 승인되면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IMF의 다섯 번째 준비통화로 올라서게 된다.
위안화는 이미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축통화 지위까지 굳히게 되면서 달러화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통화로 부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IMF가 중국이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에 보증을 선 셈이나 마찬가지라며 위안화 무역결제 등이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의 집계에 따르면 위안화는 올해 8월 기준 전 세계 무역과 투자 결제 점유율이 2.79%로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일본 엔화를 제치고 세계 4위 결제통화로 부상했다. 특히 무역 관련 신용장 발행 규모로 보면 지난 1~8월 사용 비율은 9.1%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위안화는 9월 결제통화 점유율이 2.45%로 다시 5위로 미끄러졌지만 여전히 지난해 1월의 1.39%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SDR에 편입하면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에서도 위안화 자산 비중이 커지게 된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이 매년 1%포인트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이 맞다면 오는 2020년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표시 자산은 1조 달러(약 1173조원), 비중은 10%에 달해 현재 세계 7위에서 2위로 껑충 뛰게 된다.
다만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제치고 독보적인 기축통화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현재 달러화는 결제통화 점유율은 43%, 외환보유액 구성 비율은 약 60%로 압도적인 지위를 굳히고 있다.
아직 중국 외환시장 규제 장벽이 높아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지 않는 점도 위안화 기축통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질서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중국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브릭스(BRICS) 국가와 손잡고 지난 7월 1000억 달러 규모 신개발은행(NBD)을 발족했다. 중국을 포함한 57개국이 참여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연내 출범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 입장에서 위안화의 부상은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위안화가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하면 그만큼 금융시장 자유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개혁을 촉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애플과 골드만삭스 등 미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중국에서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여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화의 탄탄한 기축통화 지위는 왕성한 소비에서 비롯된 미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 등 서구권이 달러화를 축으로 러시아와 북한 등에 시행하고 있는 금융제재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