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생과 전문인력의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외국인이 전문직에 취업하려면 ‘H-1B’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인도계를 비롯한 몇몇 글로벌 용역회사가 비자를 대거 선점하면서 쿼터 부족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1만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H-1B 비자를 신청했으나 8만5000명의 쿼터 중 38%인 3만2135명의 비자가 상위 20개 기업에 돌아갔고 인도 인력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업체별로는 타타컨설팅서비스(5650명), 인포시스(3454명), 위프로(3048명), 테크마힌드라(1781명) 등 7개 인도계 용역회사가 1만6573명의 비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액센츄어 등 2개 외국계 용역회사가 2811명, 코그니전트테크솔류션스 등 4개 미국계 용역회사가 7132명, 그리고 IBM(1462명), 아마존(877명), 마이크로소프트(850명), 구글(728명), 인텔(700명), 애플(443명), 딜로이트(559명) 등 7개사가 5619명의 비자를 확보했다.
H-1B 비자는 전문 기능을 갖춘 외국인에게 미국 취업을 허가해 주는 것으로 매년 신규 외국전문인력 6만5000명과 미국에서 학위를 받는 외국유학생 2만 명에게 발급된다. 외국인 1명당 1회 신청이 가능한데 비해 자격요건을 갖춘 기업은 무제한 신청인이 가능하며 신청자가 많으면 선착순으로 신청을 마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인도계를 비롯한 글로벌 용역회사들은 매년 4월1일 비자신청접수가 시작되면 신청서를 대량으로 제출, 비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년에도 신청접수 1주일 만에 23만3000명이 신청, 약 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추첨을 통해 60% 이상이 탈락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은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유학생이나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은 8만7384명(미국 국토안보부 2015년 2월 통계)으로 연간 유학비용만 23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미국 내 취업문은 이처럼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한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취업비자 발급 신청에 소극적인 것도 유학생과 국내 전문인력의 미국 취업이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계 글로벌 기업들은 비자 신청에 따른 업무 부담과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신규 인력 채용대상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뉴욕의 한국계 기업 관계자는“유학생이나 국내 전문인력을 선발하면 인사 청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있어 비자 스폰서가 필요한 인력은 선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 미국 정부가 전문직 취업 비자 1만5000개를 허용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의 경우 이미 1만500개 비자쿼터를 확보했고, 싱가포르와 칠레도 각각 5400개와 1400개의 취업비자를 우선 배정받았다.
최근 한미FTA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 의회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별도의 취업비자쿼터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에 유학생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보내고도 별도의 취업비자쿼터를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취업전쟁 중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해외에 있는 우리기업들도 전문인력의 미국 취업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할 상황이다.
남진우 뉴욕 주재 기자